美 펠로시 안 만난 尹대통령, 中 리잔수 방한 '딜레마'

2022. 9. 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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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열 3위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이달 중순 방한
美서열 3위 펠로시 하원의장과 전화만 한 尹대통령
리잔수 만날 경우 '펠로시 홀대론' 부각..외교적 부담
스스로 좁힌 선택지..의전 수준도 벌써부터 관심사안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AP]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이달 중순 한국을 찾는다. 지난달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한 당시 만나지 않고 전화통화만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리 상무위원장의 만남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2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리 상무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오는 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상무위원장의 카운터파트는 김 의장으로, 지난 2월 초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데 대한 답방 성격이 강하다.

리 상무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최고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한 명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에 이어 서열 3위의 인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시진핑 체제 이후 집단지도체제가 퇴색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 결정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최고위층 인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 상무위원장은 중국 동북 3성 중 한 곳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부서기, 성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중 ‘넘버3’인 최고위층 인사가 한 달 사이에 잇따라 방문하면서 시선은 윤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 방한 당시 여름휴가 일정 중으로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만 했던 윤 대통령이 리 상무위원장과 만날 경우 ‘펠로시 홀대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균형을 위해 만나지 않는다면 그동안 한국 대통령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나왔던 전례를 따르지 않는 첫 사례가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중국 대표단을 위한 환영 공연과 연회를 마련한 모습을 보도한 노동신문. [연합]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선택은 집권 기간 내내 따라다닐 꼬리표가 됐다. 스스로 선택지를 좁게 만든 셈이다. 미국의 하원의장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2002년 데니스 해스터드 이후 20년 만이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을 제외한 순방국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와 모두 직접 만났다. 휴가 중에도 서울에 머물렀던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은 2015년 장더장(張德江) 전 상무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리 상무위원장을 만날 경우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반면 리 상무위원장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퇴임이 예상되는 상황도 감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8세 이상은 은퇴하는 관례에 따라 올해 72세인 리 상무위원장은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벌써부터 의전 수준도 펠로시 의장과 비교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한국측 관계자가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의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미 그러한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리 상무위원장의 방한과 윤 대통령 예방 계획을 묻는 말에 “외교부의 공식 확인을 통해서 공개되거나 발표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는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한다는 만큼 “의회 차원에서 소통하고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누구의 소관이든 리 상무위원장 방한 때 영접을 나간다면 펠로시 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론’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리 상무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만난다면 한중 정상회담이 최대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은 집단 지도체제 내 최상층부 인사가 양자 차원으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연 1회로 한정하는 내부 규정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규정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11월 주요 20개국(G20)·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공식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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