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윤핵관'들의 이유 있는 몰락
장제원 의원에 대한 초반 평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머리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조직 장악력에 높은 점수를 받은 걸로 전해집니다. 정치 경험이 없던 대통령은 한때 언변술에 감탄하며 장 의원을 천군만마와 같은 든든한 용장으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할 것 같던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권세는 집권 석 달 만에 코인처럼 추락했습니다. 장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 "계파 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했습니다.
'김건희 비선 보좌 논란의 진앙지'로 지목된 <장제원 라인>
지난 7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민간인 신분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사전 답사를 했고 대통령 전용기에도 탑승했다는 보도로 용산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이후 조심스럽게 외부 활동을 시작하던 김건희 여사에겐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감찰을 해봤더니 관련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인물이 장제원 의원 측이라는 전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유출한 이유는 뭔지 진실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진실 여부를 떠나 중요한 건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미 장 의원 측이 검찰 출신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한 거 아니냐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이슈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분노도 감지됐습니다.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입니다.
"일을 해야 크는데..." '무능' 그리고 '인사 참사'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부터 유능한 정부를 한결같이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검사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는 이유도 실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그리고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수렴되는 이른바 검찰 출신 <빅4>가 대표적입니다.
대통령은 현상과 분석, 대응 기조를 3문장으로 요약해 보고하는 검사 출신들의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걸로 전해집니다. 대검 중수부를 유지했던 특수부 검사들의 소통 방식의 특징입니다. 3문장으로 요약한다는 건 사안의 본질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걸 뜻합니다. 판단을 수용하고 예측된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의 신뢰는 높아지고 참모의 권한도 늘어납니다. 중요한 건 져야 할 책임도 커진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은 윤핵관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합류한 정치권 인사들의 업무 스타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수많은 보고서를 올리지만 대통령이 주목하는 건 극히 드문 걸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속도와 소극적인 대응 태도가 문제라고 봅니다. 지난 8월 수도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에도 대통령은 국정상황실의 신속하지 못한 보고 시스템과 안이한 대응을 강하게 질책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일을 해야 크는데 자리를 누리려고 할 뿐 몸이 무거운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추문과 의혹'들로 공직 후보자들이 중도 낙마한 것도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결단한 배경으로 꼽힙니다. 윤핵관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의 추천과 조언을 받아 믿고 임명했는데 도리어 국정 운영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답답해한 걸로 전해집니다.
일각에서는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 윤핵관들이 몰락한 결정적 이유가 '이준석 사태'를 키웠기 때문이라고도 봅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무리한 징계 시도, 그리고 '체리따봉' 파문과 비대위 가처분 사태로 이어지는 여당의 혼란을 윤핵관들이 자초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뜻'으로 포장해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무리하게 시도하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다 집권 초 대형 사고를 쳤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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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석 기자lucasi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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