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단속돼 돈 필요" 한국 남성, 브라질 K팝팬 상대 사기미수

▲ 상파울루 거리의 K팝 플래시몹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중남미의 한 K팝팬이 한국 남성에게 속아 돈을 뜯길 뻔했다가 외교 당국의 도움으로 피해를 모면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브라질 주상파울루 총영사관에 따르면 브라질리아에 사는 현지 여성 A씨는 평소 K팝을 즐겨 듣던 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거주 남성과 말을 트게 됐습니다.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는 A씨는 이 남성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호감을 품게 됐고, '온라인 장거리 연애'를 고민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이 남성이 '너 보러 브라질에 간다'며 항공권을 전송했고, A씨는 그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A씨는 그러나 남성이 일러준 도착 예정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 지금 상파울루 국제공항 경찰에 단속됐다. 소지품을 전부 압수당했는데, 돈을 계좌로 보내면 풀려날 수 있다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성이 원한 액수는 5천 헤알(130만 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깜짝 놀란 A씨는 도움 요청을 위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급하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경위 파악에 나선 총영사관 측은 남성이 보냈다는 항공권을 보자마자 사기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한글로는 도착지가 '제주'로 인쇄돼 있는데, 영문으로는 'Brazil'(브라질)이라고 위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발지 역시 한글 '광주', 영문 'Seoul'(서울)로 상이했습니다.

서기용 주상파울루 경찰영사(총경)는 "A씨가 한글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자초지종을 잘 설명하고 피해를 예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남성은 브라질 근처에 오지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기용 경찰영사는 "최근 늘어난 외국 한류 팬을 상대로 유사 범행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며 "주위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하면 범죄라는 사실을 알려주시고 즉시 신고해 달라"고 교민 사회에 요청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