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유럽·중국 대가뭄이 파키스탄 살인 폭우로

현인아 2022. 9. 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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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현인아/기자 ▶

물위의 아우토반 라인강이 말라붙고 있습니다.

곳곳에 모래톱이 드러났고 수백 척의 화물선들이 모래톱을 피해 운행합니다.

수심이 얕아지면 배를 가볍게 해야 하는데, 대형 화물선들은 평소 4분의 1로 짐을 줄였습니다.

같은 양을 운반하려면 배 4척이 필요해 운임이 3배 이상 뛰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이 관통하는 곡창지대인 포강 유역입니다.

강물의 수량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어 강 한가운데를 사람이 걸어다닙니다.

강물이 비운 자리로 바닷물이 밀려왔습니다.

리조또의 원료인 쌀을 생산하는 논이 마르고 염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곡물 생산량의 6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고, 봉골레 파스타의 원료인 조개도 고염분과 고온으로 30%가 폐사했습니다.

[비키 톰슨/영국 브리스톨대] "올여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고 유럽 전역의 강 수위도 기록적으로 낮았습니다. 두 가지가 겹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양쯔강 변의 중국 최대 담수호인 포양호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호수 바닥에 물이 흐르던 자국이 나무 뿌리처럼 드러났습니다.

타는듯한 태양에 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있던 사원은 물 밖으로 드러나 걸어서 오갈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대표적 볼거리인 도심 야경도 사라졌습니다.

중국을 덮친 심각한 전력난 때문입니다.

중국 남부는 전력의 4분의 3을 수력에 의존하는데 양쯔강 물이 말랐습니다.

수력발전소의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폭스바겐과 도요타, 폭스콘 등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인공강우 기술로 비를 만들어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대륙을 적시던 막대한 물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하늘로 올라간 물은 어디론가 내려와야 합니다.

8월 한 달 동안 비구름의 위치를 추적한 지도인데요.

붉은색은 비구름이 급감한 지역, 파란색은 급증한 지역입니다.

유럽과 중국 남부, 그리고 러시아 서부에서 비구름이 사라졌습니다.

비구름이 급증한 지역은 중동지역, 그중에서도 파키스탄 일대에 비구름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파키스탄에 성경에나 나오는 대홍수가 발생한 이유를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폭주하는 강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폭우로 불어난 흙탕물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제방 위의 벽돌 건물이 붕괴하며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급류에 떠내려갈 뻔한 사람을 간신히 붙들었습니다.

곳곳에서 산사태로 붕괴한 토사가 계속해서 강으로 흘러듭니다.

사람들이 타고 가던 차량 한대가 불어난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운전자가 급히 차량에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습니다.

거대하게 불어난 물은 사람과 차는 물론이고 건물까지 집어삼켰습니다.

마치 하늘이 뚫린 듯 파키스탄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파키스탄 남부 지역은 8월 들어 평균 강우량의 거의 8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파키스탄 정부와 유엔은 올여름 홍수로 지금까지 파키스탄에서 1000명 이상 숨지고, 전 인구의 15%인 3300만 명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UN 사무총장] "파국적인 기후재난이 1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고 학교와 병원도 파괴됐습니다. 사람들의 희망과 꿈도 쓸려갔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몰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비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를 뒤흔드는 가뭄과 폭우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례적인 열돔과 요동치는 편서풍이지만 근원에는 더 큰 것이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기후변화를 배후로 지목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최근 발표된 유엔기후변화 보고서 (6차)에 실린 가뭄과 폭우 예측입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했을 때 물이 이동하는 곳을 내다 본 건데요.

짙은 갈색은 물이 사라지는 지역, 파란색은 물이 몰리는 지역입니다.

유럽과 중국 양쯔강 유역,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물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우리나라와 발해만 주변은 폭우가 강해집니다.

이 예측은 지금 지구의 모습과 너무 비슷해 충격을 줍니다.

올해 우연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닐 가능성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기후전문가 스웨인 박사입니다.

[대니얼 스웨인/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UCLA)] "지금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기후 연구자들이 일찍이 내다본 핵심적인 예측입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적절한 기온과 비 등 풍요로운 환경에서 번영을 누려온 문명의 중심지들이 기후변화 충격의 한복판에 놓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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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today/article/6404030_357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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