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대전 사람, 대전 사랑
필자는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대전 사람입니다. 1979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후에 타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지인 인천에서 1985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타향에서 살아 온 정서를 반영하듯 한때의 인기 대중가요 '타향살이'의 가사가 가슴을 스며옵니다. "타향살이 몇해던가/손꼽아 헤어보니/고향 떠난 십여 년에/청춘만 늙어/부평같은 내 신세가/혼자로 기막혀서/창문 열고 바라보니/하늘 저쪽/고향 앞에 버드나무/올봄도 푸르련만/버들피리 꺾어 불던/그때는 옛날." 구구절절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향수(鄕愁)는 이순(耳順)을 지난 나이가 되어 더 깊어만 갑니다. 동물조차 죽을 때가 되면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지심(首丘之心)'은 이제 친근한 마음속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고향 사랑은 이처럼 한평생 지속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요?
인천에 발령을 받아 그동안 고등학교에서만 봉직한 지 어언 38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제2 고향인 인천에서의 삶이 참 고달프기만 했습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객지에서 적응하느라 심리적 거리감이 컸지요. 그런데 젊은 어느 날에 교사 연수에서 인천 출신 한 명사가 "인천에는 토박이보다 외지인이 훨씬 많습니다. 그들이 인천교육을 망치고 있습니다"라고 발언을 할 때, 참으로 분노하고 서운했습니다. 그분은 자기의 고향 사랑을 한껏 과시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타향에서 직분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교사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습니다. 물론 그 후 다른 인천 출신들은 그 말의 함의(含意)를 들어 변명했지만 듣는 이들은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 사랑이 각별합니다. 필자 또한 젊었을 때 기회가 주어지면 이왕에 고향에서 열정과 헌신으로 봉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한두 차례의 타시도 희망 내신을 했지만 자격 순위에서 밀려 당시 교사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의 대전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였습니다. 그 후 마음을 접고 인천에 완전 정착을 했고 인천교육을 위해 '지성무식(至誠無息)'의 표현처럼 쉼 없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 등을 두루 거치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자부합니다.
영어 속담에 '보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필자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고향에 대한 애정은 식을 줄 모르고 돈독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고향의 모교 야구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현장을 직접 찾거나 TV를 통해 응원을 빼놓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고향의 신문들을 즐겨 읽고 좋은 소식, 기쁜 소식, 슬픈 소식들에 댓글을 달아 격려하고 응원하고 위로합니다. 최근엔 내년부터 '고향 사랑 기부금제(고향세)' 신설 기사를 접하면서 누구보다도 지지하며 대전을 사랑하는 한 명의 충청인으로 고향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기꺼이 보태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고향 대전에 바라는 마음은 한 가지입니다.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많은 친인척을 포함한 144만여 명의 대전 시민 모두가 참으로 소중합니다. 그들이 어떤 연유일지라도 대전에 살면서 주어진 생업에 충실하고 책임을 다하면서 행복한 대전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지 출신이라고 차별해서도 안 되고 서먹서먹하게 대면해서도 안 됩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기회를 주고 그 성과를 모두가 나누고 공유하길 바랄 뿐입니다. 애국가의 한 소절을 패러디해 '대전 사람 대전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지역 사랑과 소명으로 한밭(大田) 시민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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