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윤핵관에 격노..권성동·이준석·장제원 막장 내전 끝 권력재편 시작
尹 "당이 안 도와줘" 당 내홍 상황 노골적 불만
지선 승리 후 100일 국민의힘 내부 권력투쟁만
尹 "이율배반" 윤핵관에 역정 표했다는 말까지
MB계 위주에서 친박계 장경상·전희경 기용
'콘크리트 지지층' PK·TK로 지도부 재편 해석도
“당에 불만이 아주 많다.”
최근 내홍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감정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설명한 말이다. 2일 기준 윤 대통령 취임 116일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약 94일이 지났다. 대략 약 100일 동안 윤 대통령은 연금과 노동, 교육개혁과 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알리고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런데 당은 국정을 돕기는커녕 막장 내부 권력 투쟁만 한다는 불만이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소위 ‘윤핵관’이자 넓게는 이명박계(MB)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추천으로 들어온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내부 감찰에 들어가면서 최근에는 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정무 2비서관에 박근혜계 ‘전략통’으로 불리는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정무 1비서관에도 친박계 전희경 전 의원을 내정했다. 정무비서관은 대통령실과 당의 메신저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재편에 이어 당의 권력구도 재정비에 나섰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대통령실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향해 ‘ 피바람이 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강도 감찰이 진행 중이다. 전체 420명 가운데 10%인 40~50명이 짐을 쌀 것이라는 말들이 파다하다. 이미 홍보수석이 교체됐고 정무 1, 2비서관, 시민사회 1, 2비서관이 모두 경질됐다.
대대적인 감찰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시민사회수석실의 한 인사는 이미 내부 문건을 단체 메신저 방에 유출한 혐의로 대통령실을 나갔다. 또 정치권 출신 대통령실 인사가 기업과 부적절한 접촉을 해서 공직기강비서관에 감찰을 받고 옷을 벗었다. 출범한지 100여 일에 불과한 대통령실의 내부 기강이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것이다. 심지어 특정 인사는 대통령실 주변 식당가에서 만취로 행패를 부려 원성을 샀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특히 이들을 추천한 윤핵관들을 향해 최근 윤 대통령의 쏟아내고 있다는 말들은 대통령실과 여권 여러 통로를 통해 나오고 있다. 표현하는 감정의 수위가 높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이 자기 정치만 한다” “나라와 당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거나 암투를 벌이는 윤핵관들을 향해 “자제하라”고 직접 질타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특정 윤핵관을 겨냥해서는 “이율배반적이다”라고 격노했다는 전언도 있다. 막후에서 인사 등을 통해 실력행사만 하고 끝없이 터지는 논란에 방관자처럼 행세하는 데 실망을 표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책임있는 자리를 요청했는데 끝내 고사하자 신뢰를 접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윤핵관들이 당조차도 정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국민의힘의 내분이 표출된 시점은 지난 6월 1일 지선 승리 이후로 보고 있다. 윤리위원회에서 이 대표를 성비위 의혹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내리며 사실상 당 대표에서 축출했다. 그럼에도 당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까지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비대위→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또 다른 비대위 추진 등 혼란만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미국발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경기가 갈수록 어두워지자 반도체특별법 등 기업 활력을 높이는 법안, 각종 감세법안을 통과 시켜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입법을 주도해야할 여당이 지도부 공백 상황인 셈이다.
심지어 정기국회를 이끌 수장인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 전환 후 사퇴하기로 했다. 윤석열정부는 이제 당을 이끌 당 대표, 입법에 앞장설 원내대표가 모두 없이 첫 정기국회를 맞는 역사에 남을 상황에 직면한 처지다. 한 여당 의원은 윤핵관을 겨냥해 “윤심(尹心)을 참칭하며 의원들에게 거짓말만 했다”며 “너무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이 개혁 어젠다를 제시하면 국회는 입법으로 치열하게 논쟁과 여론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며 “(집권 초기)대통령실만 벌거벗은 채 융단폭격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당과의 통로인 정무라인을 재정비하는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신임 정무 2비서관에는 친박계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장 사무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국장은 과거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으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 이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선임행정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보수진영의 경제전문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제부이기도 하다. 또 정무 1비서관에 친박계로 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 대변인을 역임한 전 전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통상 정무1비서관은 국회 관련 업무, 정무2비서관은 전략기획 업무를 맡는다.
정무비서관은 대통령실과 당의 메신저라는 점에서 소위 친박계 전 전 의원과 진(眞)박계인 장 국장의 기용은 의미심장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대통령실과 당은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소위 MB계가 주류였다. 하지만 새 정무비서관에 결을 달리하는 인사들이 내정된 것이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추석을 전후로 일부 수석급까지 개편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PK와 서울대 법대 , 호남 출신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당 지도부도 곧 재편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원이 또 다시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추석 이후 비대위 체제가 된다. 비상상황을 방치하기보다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서 정식 새 지도부를 뽑자는 여론이 분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MB계의 실력에 불만을 품은 윤 대통령이 정무라인을 선제적으로 재편해 ‘포스트 윤핵관' 또는 ‘신핵관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동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윤 대통령이 소위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영남권(PK·TK) 지도부를 원하고 있다는 과장된 해석까지 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 없이는 국정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수세가 강하고 당원 비중이 높은 영남권 인사가 당 지도부를 맡으면 적어도 보수층이 돌아서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는 최근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지율 추락을 보며 국정을 운영하는데 콘크리트 지지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며 “그런 지지율이 있는 역대 대통령들이 부럽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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