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훼손..부산이 가장 심각
[KBS 부산][앵커]
부산시가 추진하는 '영어상용도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왜 이런 우려와 반발이 나오는가 봤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국 대도시 중에서 부산이 외국어 오남용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에 이이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각종 정책과 사업을 알리려고 부산시가 만들어 내는 자료들입니다.
자연 속 여행을 홍보하는 행사명, '에코 트레킹 챌린지'입니다.
'마운틴 트레킹 코스'를 '트레킹 인플루언서'와 함께 한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청년들의 창업 지원을 안내하는 자료에는 '로컬러'라는 단어도 등장합니다.
지역 청년 활동가를 뜻하는, 영어에도 없는 단어를 만든 겁니다.
한글과 영어, 한자를 마구 섞어 만든 정책 이름들도 눈에 띕니다.
실크 야경을 내세워 조성하는 지역 곳곳의 공원과 다리 이름은 짠 것처럼 죄다 외국어로 지어졌습니다.
[김수우/부산작가회의 회장 : "뭔가 덧입혀진, 지나친 과장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실성, 진정성이 잘 안 담기거든요. 있어 보이는 외래어들, 애매모호한 단어는 오히려 우리들의 언어가 갖고 있는 진정한 소통의 힘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한글문화연대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외국어 오남용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불필요한 외국어 표기 사용 비율, 부산이 75%로 가장 높습니다.
전국 평균 54%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우리말로 써도 될 단어를 굳이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나 국적불명의 언어로 표기하는 사례가 월등히 많다는 뜻입니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이렇게 영어에 대한 일종의 광기 같은 것을 위에서, 행정에서부터 가져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전국에서 공공언어를 가장 많이 훼손한다는 오명을 안고 있는 부산시가 영어 사용을 늘려 도시 수준을 높이겠다며 '영어상용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눈높이와 공적인 책무에 걸맞는 정책인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김창한·김기태/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희나
이이슬 기자 (eslee3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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