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1997년 외환위기와 비슷..흔들리는 南아시아 경제

이용성 기자 2022. 9. 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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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에 이어 방글라데시, 라오스,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경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1997년 태국에서 시작돼 인도네시아·필리핀·한국으로 확산한 아시아 금융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홍수로 무너진 파키스탄 스왓밸리 칼람 지역의 한 호텔 건물에서 사람들이 멀쩡한 물건을 찾아 수습하고 있다. 파키스탄 재난 당국은 최근 몇 주간 이어진 몬순 우기로 홍수가 발생하면서 50만 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공급망이 무너지고,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미국 등 선진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가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앞으로 4년 안에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파키스탄, 라오스, 미얀마 등을 꼽았다.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 의류 수출국으로 성장하는 등 잘나가던 방글라데시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이 급등하면서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했고, 최근 IMF에 45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차관을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빈곤율은 1991년 58.8%에서 2016년 24.3%로 절반으로 줄었고, 2026년까지 유엔 개발정책위원회가 지정한 최빈국 지위에서 졸업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될 예정이었다. 또, 의류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며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9%, 2018년 7.3%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 대비 방글라데시 타카화 가치는 지난 3개월 동안 20% 하락했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172억 달러(약 23조1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악재가 속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유가 흐름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력난으로 전국 곳곳에서 순환 단전이 계속되면서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달 24일 학교 수업일수와 관공서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라오스는 스리랑카에 이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을 만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연료 및 소비재 가격 상승과 라오스 통화 평가절하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6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3.6%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는 25.6%까지 치솟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라오스의 공공 부채는 145억달러로 GDP의 88%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중국에 진 빚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는 “화폐 평가절하로 라오스의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2020년 73%에서 2022년 108%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다.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IMF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의 총 대외 부채 규모는 510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하며, IMF에 20억~3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다.

스리랑카 정부는 IMF와의 협상 타결을 위해 이번 달부터 부가가치세를 12%에서 15%로 인상하기로 했으며, 전기 요금을 최대 264% 인상하고 국영기업 민영화 등 구조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 푼이라도 외화를 아끼기 위해 지난달 24일부터는 샴푸·화장품·전자제품 등 비필수 소비재 300여 개에 대해 한시적으로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지난 7월 22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경찰에게 소리 지르고 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됐음에도 스리랑카의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홍수가 덮친 파키스탄에 대해 IMF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11억달러(약 1조4729억원) 상당의 구제 금융 패키지를 승인했다. 파키스탄의 경제위기는 중국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중국 차관이 파키스탄 전체 대외 부채의 4분의 1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의 비영리 금융 컨설팅 단체 ‘카란다즈 파키스탄’의 아마르 하비브 칸 위험관리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남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저비용으로 달러를 끌어다 쓰며 성대한 파티를 즐겼다”면서 “1997년의 동남아시아 위기 때와 분위기가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국들의 외환 보유액이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경제권에서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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