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주겠다" 대책만 계속.. 표준형 건축비, 이번엔 오를까

오은선 기자 2022. 9.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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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공공임대주택 건축비가 6년만에 인상될 전망이다. 철근 가격이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뛰는 등 건설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건설 업계의 인상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계속 논의는 해 왔지만, 실제로 인상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정부 대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 13년 7개월 동안 단 한번 오른 임대주택 건축비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 추진과제에는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혁신을 통해 주택품질을 제고한다며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

이는 업계에서 매년 꾸준하게 표준건축비 인상을 요구한 결과다. 건축비는 민간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와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로 나뉜다. 기본형 건축비는 그동안 레미콘과 철근값 등 건설자재 가격 급등을 반영해 꾸준히 상승했다.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고시하는데, 지난 7월엔 건축비에서 비중이 가장 큰 레미콘과 철근 상승률의 합이 15%를 넘어 비정기 고시를 통해 1.53% 더 올렸다.

반면 표준형 건축비는 지난 2016년 6월 5% 올린 이후 그대로다. 2008년 12월 15.1% 올린 이후 13년 7개월 동안 단 1회 인상됐다. 2008년 12월 이후 물가는 32.5% 상승했고, 같은 기간 임금·자재·장비투입 등의 공사비 지수는 70.8% 상승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표준형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의 53.4%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1년간 공사비가 10∼15%까지 상승했는데, 이런 이유로 (임대주택) 사업현장에서 하도급 업체들의 공사비 증액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다가 멈추는 현장도 생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업계의 표준형 건축비 현실화 요구를 외면하면 계획하고 있는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부는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표준형 건축비를 15% 내외로 올릴 것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업계는 표준형 건축비를 빨리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30%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0%까지 인상하더라도 기본형 건축비 대비 70% 수준이라는 것이다.

철근. /조선DB

◇ 임대료·분양가 인상 우려? 건설업계는 “영향 미미”

일각에서는 표준형 건축비가 한 번에 많이 상승할 경우 임대료와 분양가에 반영돼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정부에서 표준형 건축비 상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대한주택건설협회는 표준형 건축비 인상을 재추진하면서 국토부·기재부와 2018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2018년에는 주택가격 급등과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 등으로 인상 논의가 잠정 보류됐고, 2019년에도 인상을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기재부 약속이 있었지만 흐지부지 됐다.

업계는 최근 물가가 5% 넘게 급등하면서 다시 논의가 원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표준형 건축비를 10% 인상했을 때 물가지수상승률은 0.00022%p(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조건에서 표준임대보증금은 평균 3.8%, 표준임대료는 평균 4.9% 인상에 불과해 건축비 인상률보다 작았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당시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고, 공공지원민간임대 등도 주변 시세를 고려해 임대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건축비와는 무관하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표준형 건축비가 너무 오래 인상이 안 되고 있어 저렴한 마감재가 쓰이거나 부실한 부대시설이 설치되는 등 공공 임대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표준형 건축비 상승이 현실화한다면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빠른 도심 주택공급도 가능하고,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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