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허블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2022. 8. 3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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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 선봉장 바통터치
기존보다 수십 배 관측 가능
차세대 우주망원경 개발에
韓 참여, 지식 발전 기여를
대기의 영향을 없애고 도시의 불빛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주에 올린 첫 망원경이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을 처음 발표한 천문학자 허블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 망원경은 무게 12.2t, 지름 2.5m, 길이 13m로 설계 수명은 15년 정도였다. 1990년 4월25일 우주 관측을 위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 상공 600㎞ 궤도에 올려졌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관측하는 것보다 50배 이상 상세하게 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우주망원경의 컴퓨터는 천문학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망원경을 향하게 하고 고감도 광감지계를 통해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었던 인상적인 우주 관측 결과를 많이 얻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목성. 미 나사 홈페이지
그러나 망원경 성능을 좌우하는 반사경 크기가 2.4m짜리여서 먼 우주를 관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더 큰 크기의 반사경을 가진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우주에 올리고 싶었다. 미 나사(NASA·항공우주국)가 유럽우주국, 캐나다우주국과 손잡고 25년간 13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우주망원경 개발에 나섰다. 명칭은 나사의 2대 국장 이름을 따 ‘제임스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이 되었다. 주 반사경 직경은 6.5m로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면적이 7배 정도 넓다.
현재의 우주발사체로는 이렇게 큰 반사경을 부착한 우주망원경을 우주로 발사할 수 없어 반사경을 18개 조각으로 조립하여 발사한 후 우주에서 펼쳐지게 제작하였다. 나사와 노스럽그러먼(Northrop Grumman)이 공동 개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무게는 6.5t인데, 반사경과 태양이나 지구, 달로부터 반사되는 빛과 열을 막아주는 테니스 코트 크기만 한 5겹의 태양 가림막이 달려 있고 특히 중적외선 기기를 이용하여 관측하므로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성능이 수십 배 이상 뛰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적외선 기기는 오래된 별에서 나오는 긴 파장의 중적외선을 관측하는 장비로 영하 266도에서 작동시켜야 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목성. 미 나사 홈페이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작년 12월25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한 달간 160만㎞를 비행하여 라그랑주점(L2) 근처에 도착하였다.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역으로 5곳이 있는데, 이 중 L2는 지구에서 태양의 반대쪽으로 150㎞ 떨어진 곳에 있어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에서 반사되는 빛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자세 조종용 추력기 연료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10년 이상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라그랑주점(L1)은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150㎞ 떨어진 지점인데 8월5일 발사된 우리나라 달탐사선 다누리호가 비행하고 있다. 초속 10㎞로 지구 궤도에서 출발한 다누리호는 현재 L1을 향해 초속 0.2㎞로 비행하고 있고 지구에서 156만㎞까지 멀어졌다가 다시 지구로 접근하며 12월쯤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나사는 7월11일 드디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우주 사진 5장을 공개했다. 그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공개한 사진은 131억년 전 초기 은하단(SMACS 0723)의 모습이다. 딥필드(Deep Field), 즉 심우주라는 별명이 붙은 이 공간은 원래 지상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허블 우주망원경을 270시간 노출하여 수천 개의 은하를 발견했던 곳이다. 그런데 제임스웹은 허블과 비교해 20분의 1에 불과한 12시간30분 동안 촬영해 수십 배 더 선명한 딥필드 사진을 만들었다. 천문학자들은 138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고 1억∼2억년 후 생겨난 별을 찾고 있는데, 그 후보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첫 사진을 공개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131억년 전에 탄생한 은하를 관측하였다. 최근에 공개한 목성 사진에서는 목성의 남극과 북극에 녹색의 오로라가 있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우주의 신비가 계속 공개되길 기대하며, 차세대 우주망원경 사업에는 우리나라도 참여하여 인류의 지식을 늘리는 데 일조하는 나라가 되길 소망해본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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