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쳐나던 시대 끝났다더니..여기는 호황, 어디길래
이익 거품 없고 내실 탄탄
반도체설계 '세미파이브' 등
상반기 1천억이상 이례적 유치
배터리 등 신사업 확장 맞물려
롯데·SK등 대기업투자 활발
"돈 넘쳐나던 시대는 끝나"
벤처투자 옥석가리기 지속
◆ 달라진 벤처투자 ◆

3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벤처투자는 2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1조8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줄어들었다. 분기별 투자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원자재값·기준금리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투자 열풍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제조 스타트업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실적·기술 등 실체가 확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더브이씨의 투자유치 톱100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제조 스타트업 두 곳은 올 상반기 투자유치액이 각각 1000억원을 넘어섰다. 맞춤형 반도체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미파이브는 투자유치액 13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K에서 1200억원을 받고 지분 96.8%를 넘겼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유치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제조 스타트업이 없었다는 점과 상반된 현상이다.

특히 제조 스타트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발생해 실적 가시성이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중기부가 올해 선정한 아기유니콘 중 지난해 영업이익을 낸 업종 비율도 제조업이 높았다. 올해 아기유니콘 가운데 제조업종은 17곳에서 7곳이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플랫폼 업종은 27곳 중 5곳만 같은 기간에 흑자를 달성했다.
한 플랫폼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 호황기에는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금액 자체를 실적처럼 간주하고 투자금을 전제로 사업 확장에 나서곤 했지만 이제 이런 전략은 위험성이 커졌다"며 "벤처캐피털(VC)에서도 이전에는 회원 수 성장률이 얼마나 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손익분기점은 넘었는지, 순이익은 얼마나 나오는지 등 내실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기업에서 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상반기 투자유치 톱100에 든 제조 스타트업에는 SK SK쉴더스 롯데케미칼 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뿐 아니라 롯데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를 진행했다. 주로 반도체·2차전지 등 대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이 투자 대상이 됐다.
자금이 경색된 재무적투자자(FI)와 달리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를 맡고 있는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영역에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액셀러레이터(AC)뿐 아니라 VC를 만드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적인 자금 경색으로 투자가 어려워진 FI에 반해 제조업종에 초기·전략투자를 단행했던 SI들의 투자 규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는 지난 4월 전력 반도체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1200억원을 투입해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인수했다. SK는 지난해부터 SI로서 이곳에 투자를 진행해왔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탄화규소(SiC) 소재를 기반으로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를 설계·생산한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5G(5세대) 통신망 등에서 전류 방향 등을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이 중에서도 고온에 강한 SiC 소재 기반 전력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곳이다.
롯데케미칼은 바나듐 소재 배터리 기술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스탠다드에너지에 투자했다. 바나듐 소재 2차전지는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스탠다드에너지 2대 주주로 올라선 롯데케미칼은 바나듐 ESS 배터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유기농 여성 위생용품 스타트업 '라엘'에 투자했고, 롯데정보통신은 전기차 충전기 업체 '중앙제어'를 인수했다.
전반적인 벤처투자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제조 스타트업에는 꾸준히 돈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 출자하는 모태펀드 규모가 줄면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 투자가 더욱 돋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국가 재정이 취약한 일본은 정부 모태펀드 등 공공투자 비율이 낮아 이 빈자리를 대기업이 채워왔다"며 "대기업은 추진하고 있던 신사업 분야 위주로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등 스타트업의 가치만을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제조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면 한국 스타트업 저변이 넓어지는 의미가 있다"며 "그간 신규 전문인력이 잘 유입되지 않던 지역 산업단지의 우수한 제조업 기반을 제조 스타트업이 이어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에 밀집한 테크 스타트업과 달리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제조 스타트업은 주로 지방에 생산시설이 있다. 상반기 투자유치 톱100 기업 가운데 제조 스타트업 11곳 중 서울에 위치한 스타트업은 3곳에 불과하다. 전체 스타트업 100곳 가운데 59곳이 서울에 위치한 것과 비교했을 때 낮은 비율이다.
■ <용어 설명>
▷FI(재무적투자자) : 사업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을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
▷SI(전략적투자자) :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확보 등을 목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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