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조기 사임설? 천주교 "亞 교황 탄생 아직은 시기 상조"

신효령 2022. 8. 3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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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최근 신임 추기경 20명 포함 전체 226명…현재 한국 2명
교황 선출권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 중 아시아계는 15.9%
'콘클라베' 이탈리아계 유럽 영향력 강력
프란치스코,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

[바티칸=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29.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지난 27일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신임 추기경 서임식이 열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기 사임설이 다시 주목됐다. 올해 만 85세인 교황이 무릎 연골 보강 수술을 받아 휠체어를 탄 모습이 자주 목격되면서다. 이날도 의자에 앉아 서임식을 진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설은 지난달 잡혀있던 콩고민주공화국·남수단 방문 계획을 연기하면서 피어올랐다. 교황의 해외 순방 취소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추기경 20명을 한번에 서임하면서 조기 사임설에 불을 더 지피기도 했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황이 자신의 개혁안을 계승할 수 있는 차기 교황을 선출하고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와 마찬가지로 사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바티칸은 해외 순방 취소는 무릎 치료를 위한 것이라며 조기 사임설을 일축했다.

국내 천주교계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기 사임설은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다. 천주교 관계자들은 "건강 악화로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지만, 교황이 약속한 사목 활동을 마친 뒤 사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013년 건강상 이유로 교황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천주교계는 "베네딕토 16세가 생존해있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물러나면 후임 교황에게 부담을 주기에 자진 퇴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바티칸=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게 '비레타'(빨간색 사제 각모)를 씌워준 뒤 포옹하고 있다. 2022.08.27.

올해 신임 추기경 20명 서임...아시아계는 6명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 아시아계 추기경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아시아계 교황의 탄생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신임 추기경 20명의 출신국을 살펴보면 아시아계가 6명이다. 이중 인도가 2명이고, 한국은 1명이다. 최근 서임된 유흥식 추기경은 역대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다. 지금까지 한국인 추기경으로는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79) 추기경이 있다.

동티모르·싱가포르·몽골에서 각 1명씩 추기경이 교회 사상 처음으로 나왔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교황의 배려·관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천주교계는 아시아계 교황 탄생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교황 선출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 인적 구성 때문이다. 이번에 신임 추기경 20명이 합류하면서 전 세계 추기경은 226명이 됐다. 이중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132명이다. 대륙별로 보면 유럽이 53명(40.1%)으로 가장 많다.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각각 21명(15.9%), 17명(12.8%)을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이어 북아메리카 16명(12.1%), 남아메리카 15명(11.3%), 중앙아메리카 7명(5.3%), 오세아니아 3명(2.2%) 순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이번에 아시아계 추기경이 많이 서임된 것이 아시아계 교황 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며 "교회는 본성상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교계 직무의 어떤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아시아계 추기경과 아시아계 교황은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티칸=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20명의 추기경 서임식을 주재했다. 2022.08.27.


추기경이 가톨릭 교회의 교계제도에서 교황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는데, 이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임무는 교황 선출이다.

국내 천주교에 따르면 아시아계 교황 탄생을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데에는 콘클라베에서 유럽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

2000년이 넘는 가톨릭 역사에서 비(非)이탈리아계 교황이 나온 적은 극히 드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非)유럽 출신 교황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년),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를 제외하고는 이탈리아인 교황이 계속 됐다.

[라퀼라=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를 방문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 성문을 열고 있다. 2022.08.29.

교황 선출 '콘클라베' 어떻게 진행되나…3분의 2 득표 나올때까지 계속

'콘클라베'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추기경들은 외부와 차단돼 비밀 회의를 진행해, 참가 추기경 외에는 콘클라베 내부 사정을 알 수가 없다. 모든 유·무선 통신이 차단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한 사람씩 복음서에 손을 얹고 콘클라베의 엄격하고 구체적인 규정을 지킬 것을 선서한다. 여기에는 콘클라베 중에 일어난 일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서약도 포함된다.

사전에 입후보하거나 추천된 후보가 없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주요 외신에서 교황 유력 후보군을 점칠 뿐이다.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모여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한다. 교황 선출은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추기경들은 무기명으로 지지 후보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다. 투표를 진행하면서 점점 유력한 후보가 부상하는데, 유럽 출신 추기경이 다수를 점하는 때가 많았다.

첫날에는 오후 한 차례 투표가 치러진다. 다음날부터 오전과 오후에 각각 2번씩, 하루 4번 투표가 계속된다. 과거에 콘클라베는 몇 주, 몇 달, 때로는 몇 년씩 지연되기도 했다. 13세기 콘클라베 때는 몇 주 지연되던 도중에 유력 후보가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콘클라베가 수일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 개최 이틀 만에 5번의 투표를 거쳐 선출됐다. 투표 결과는 연기의 색깔로 알린다. 검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표시하고, 흰 연기는 새 교황이 권좌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교황이 정해지면 수석 추기경이 추기경단을 대표해 선출된 사람에게 교황직 수락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 동의를 받는 즉시 교황 이름을 묻고, 새 교황은 본인이 앞으로 쓸 이름을 직접 정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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