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공격에..독일 49년만에 최고 물가

임정환 기자 2022. 8. 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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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이 약 반세기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보복성 가스 공급 축소에 나서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물가가 '정점'에 달한 미국과 달리, 러시아의 지속적 에너지 공격에 노출되며 전쟁 직격탄을 맞은 유럽 국가의 경우 물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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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오일쇼크 후 최대 충격

8월 상승률 7.9%로 다시 반등

난방유 81.8% 뛰어 상승 견인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종료땐

9월 물가는 10%대 상승 관측도

英은 내년 인플레 22.4% 전망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이 약 반세기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보복성 가스 공급 축소에 나서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물가가 ‘정점’에 달한 미국과 달리, 러시아의 지속적 에너지 공격에 노출되며 전쟁 직격탄을 맞은 유럽 국가의 경우 물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영국의 물가가 22%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30일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독일의 물가는 전년 대비 7.9% 상승했다.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3년 이후 4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지난 5월 7.9%의 물가상승률에 도달한 뒤 6월과 7월 각각 7.6%와 7.5%를 기록, 물가 하락 전환을 예상했으나 재차 상승한 것이어서 더 충격이 크다는 평가다. 지속해서 가스 공급을 줄여오던 러시아가 이달 말부터 3일간 아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가스 가격이 재차 폭등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 독일의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 폭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에너지 가격이 35.6% 상승한 가운데, 난방유가 81.8% 치솟는 등 가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가격이 51.6% 올랐다. 식료품 가격은 16.6% 폭등했다. 특히 현재 독일 정부가 한시적으로 추진 중인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판매, 유류세 인하 등 가계 부담 경감 대책이 이번 달 종료될 경우 9월부터는 물가가 1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럽의 물가 폭등세는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6월 9.1%에서 7월 8.5%로 하락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러시아의 보복성 가스 공급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묶여 있는 탓에 개별 국가가 신속한 금리 인상 등 적극적 통화정책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무려 2.25%포인트 올린 것과 달리 유럽 중앙은행은 7월 뒤늦게 기준금리를 한 차례 0.5%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는 유럽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2.4%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영국의 에너지 비용이 현재 속도로 계속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이 3.4% 감소할 수 있다”면서 적어도 내년 1월에는 물가상승률이 14.8%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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