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예, 의, 염, 치'라는 기본
정치를 정치로 풀지 못하고 법원으로 가져가는 일이 흔해진 지 꽤 되었다. 법치주의 국가답게 법을 존중한 결과라면 환영 안 할 이유가 없지만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곳이 정작 정치판이니 말이다.
<관자(管子)>라는 고전이 있다. 법가의 정치사상을 관중이라는 명재상의 이름 아래 모아둔 책이다. 여기에는 법가가 표방하는 국가의 기본이 잘 드러나 있다.
나라에는 네 가지 벼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 셋이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넷 모두가 끊어지면 나라가 망한다. 기울면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우면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어지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망하면 다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무엇을 네 가지 벼리라고 하는가? 첫째는 예(禮)이고 둘째는 의(義)이며 셋째는 염(廉)이고 넷째는 치(恥)이다(‘목민(牧民)’).
법가의 법은 좁게는 법이라는 뜻으로, 넓게는 사회제도라는 뜻으로 쓰인다. 곧 법가는 법과 제도에 의거하여 사람과 나라를 통치하고자 했던 사상이다. 그러한 법가들이 예, 의, 염, 치라는 윤리를 나라의 기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으레 하듯 송사를 앞세웠던 것도, 무조건 법대로만을 외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예, 의, 염, 치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여 법가들은 예는 법규를 범하지 않는 것이고, 의는 불의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며, 염은 악함을 숨기지 않는 것이고, 치는 잘못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나아가 법규를 범하지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안정되고, 불의로 나아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서로를 속이지 않게 되며, 악함을 숨기지 않으면 행실이 저절로 온당해지고, 잘못을 따르지 않으면 사악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이러하기에 예, 의, 염, 치는 나라의 기본이 된다는 것이다.
한 외신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목하여 기본을 배워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물론 거기서 언급된 기본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으리라.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기본이 있었음이다. 법은 어디까지나 그 기본을 실현하는 수단이었을 따름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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