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입니다" 보이스피싱 같긴 한데..내 구속영장이 떴다?
"실례지만 김○○씨 본인 맞습니까? 내일 오후 2시쯤 자택으로 등기가 도착할 예정이니 내용을 확인해 보시고 다음주 월요일에 한 차례 내방하셔서 조사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드린 곳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검찰청이고요. 일단 등기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사건 조회로 미리 열람이 가능합니다. 선생님 혹시 사건 조회 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지난 29일 오후 직장 김모씨 휴대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보고 김씨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사건 조회하는 법을 안내하겠다며 사용하는 휴대폰에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라고 했다.
남성은 "실명 인증을 한번 해야 하는데 인증 완료되면 본인 앞으로 나온 사건 공문이 바로 열람된다"고 했다.
김씨가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자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구속영장과 사건 관련 문서, '○○은행 거래내역 의뢰 조회표'라는 제목의 문서가 나타났다. 김씨가 사용하지 않은 은행이었다.
검찰 문서에는 '대검찰청총장 김오수'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검찰은 대검찰청총장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지난 5월 사퇴했다. 서류는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재임한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있는 등 엉성했다.
신원 미상의 남성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설명하겠다면서 "검찰 조사 받고 있다든지 사건 경위에 대해서 제3자한테 누설할 경우에 본인께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사건 공문에 명시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냐"고 물었다.
통화를 시작한 지 8분 만에 남성은 자신을 '대검찰청 특수부 이모 사무관'이라고 소개했다. 자칭 이모 사무관이 설명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2019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오피스텔 7곳에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42세 남성 B씨를 검거했다.
녹취를 시작하겠다는 남성은 김씨에게 광명 철산에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있는지, 최근에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개인정보가 담긴 물건을 분실한 적이 있는지, 아이폰을 사용하는지, 경제활동은 언제부터 했으며 어떤 회사 어느 부서에서 근무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저희와 합동 수사 중인 금융감독원에서 본인 명의 계좌 추적이랑 자금 추적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남성은 금감원이 김씨 계좌와 자금을 추적을 진행하는 이유를 두고 '김씨도 모르는 사이에 은행 계좌가 개설돼 불법 자금이 세탁됐는데 이 외에도 김씨 명의로 다른 불법 통장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 또 다른 불법 통장을 발견하면 동결하고 불법자금은 국고환수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걱정이 된 김씨는 '평소 내가 쓰는 계좌는 상관이 없는거냐'고 물었다.
남성은 기다린 듯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개설해 사용하는 본인 통장을 진술해 줘야 저희가 금감원과 대비 조사했을 때 불법통장과 본인 통장을 분리할 수 있다"며 은행별 입금현황과 암호화폐, 주식 등 금융 자산 보유 현황을 말해달라고 했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 등으로 수사를 받는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면 처벌받는 조항도 없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력해 김씨가 안내받은 대검찰청 사칭 홈페이지의 접근을 막을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명절 이후에 보이스피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영장은 기본적으로 사본을 교부해야 한고 경찰과 검찰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모든 형태의 영장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집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녹취로 재판출석을 갈음하는 수사는 있을 수 없다"며 "검찰 관련 서류를 받고 의심될 때는 검찰이 운영하는 서류 감별 콜센터인 '찐센터'에 전화해 바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국번 없이 1301을 누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운영하는 '찐센터'에서 365일 24시간 검찰 수사관들이 신속하게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검찰 관련 서류 확인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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