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입니다" 보이스피싱 같긴 한데..내 구속영장이 떴다?

정세진 기자, 김성진 기자 2022. 8. 3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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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27)가 보이스피싱범으로 부터 받은 구속영장. /사진=독자 제공

"실례지만 김○○씨 본인 맞습니까? 내일 오후 2시쯤 자택으로 등기가 도착할 예정이니 내용을 확인해 보시고 다음주 월요일에 한 차례 내방하셔서 조사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드린 곳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검찰청이고요. 일단 등기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사건 조회로 미리 열람이 가능합니다. 선생님 혹시 사건 조회 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지난 29일 오후 직장 김모씨 휴대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보고 김씨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사건 조회하는 법을 안내하겠다며 사용하는 휴대폰에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라고 했다.

신원 미상의 남성은 "일단 성매매특별법이랑 전자금융거래 위반 건 관련해서 연락을 드린 것"이라며 "일반 본인의 사건을 조회한 게 아니라 저희가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일단 본인 앞으로 나온 사건 공문이 있으니까 제가 사건을 확인시켜드리고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드리겠다"고 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내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구속영장이
남성이 불러준 주소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자 검찰로고와 함께 대검찰청 홈페이지가 나타났다. 남성은 '나의 사건조회' 탭을 눌러 조회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조회를 위해서는 실명인증을 위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남성은 "실명 인증을 한번 해야 하는데 인증 완료되면 본인 앞으로 나온 사건 공문이 바로 열람된다"고 했다.

김씨가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자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구속영장과 사건 관련 문서, '○○은행 거래내역 의뢰 조회표'라는 제목의 문서가 나타났다. 김씨가 사용하지 않은 은행이었다.

/사진=

검찰 문서에는 '대검찰청총장 김오수'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검찰은 대검찰청총장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지난 5월 사퇴했다. 서류는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재임한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있는 등 엉성했다.

신원 미상의 남성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설명하겠다면서 "검찰 조사 받고 있다든지 사건 경위에 대해서 제3자한테 누설할 경우에 본인께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사건 공문에 명시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냐"고 물었다.

통화를 시작한 지 8분 만에 남성은 자신을 '대검찰청 특수부 이모 사무관'이라고 소개했다. 자칭 이모 사무관이 설명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2019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오피스텔 7곳에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42세 남성 B씨를 검거했다.

검거현장에서 개인정보가 있는 USB와 대량의 대포통장을 압수했는데 그중에 전화를 받은 직장인 김모씨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발견했다. 범죄수익금 2300만원이 그 통장에 입금된 후 출금됐다. 통장은 2019년 1월 17일 경기 광명시 철산지점에서 개설됐다. 신원 미상의 남성은 김씨에게 'B씨 일당에게 통장을 양도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없냐'고 물었다.
신원미상의 남성이 제공한 은행거래 내역. /사진=독자제공
녹취조사로 재판출석 대체…"금감원 합동수사로 불법자금 동결할 것"
신원 미상의 남성은 "본인은 통장을 양도하거나 판매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앞으로 조사과정은 본인 동의하에 녹취 조사를 통해 진술서를 작성해주겠다"며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녹취를 진행하는 이유는 다음주 주범 A씨(42)의 재판이 열리는데 김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녹취파일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녹취를 시작하겠다는 남성은 김씨에게 광명 철산에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있는지, 최근에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개인정보가 담긴 물건을 분실한 적이 있는지, 아이폰을 사용하는지, 경제활동은 언제부터 했으며 어떤 회사 어느 부서에서 근무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저희와 합동 수사 중인 금융감독원에서 본인 명의 계좌 추적이랑 자금 추적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남성은 금감원이 김씨 계좌와 자금을 추적을 진행하는 이유를 두고 '김씨도 모르는 사이에 은행 계좌가 개설돼 불법 자금이 세탁됐는데 이 외에도 김씨 명의로 다른 불법 통장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 또 다른 불법 통장을 발견하면 동결하고 불법자금은 국고환수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걱정이 된 김씨는 '평소 내가 쓰는 계좌는 상관이 없는거냐'고 물었다.

남성은 기다린 듯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개설해 사용하는 본인 통장을 진술해 줘야 저희가 금감원과 대비 조사했을 때 불법통장과 본인 통장을 분리할 수 있다"며 은행별 입금현황과 암호화폐, 주식 등 금융 자산 보유 현황을 말해달라고 했다.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설명하자 남성은 "관련 내용을 금감원 측으로 이관할 것"이라며 "이관 후에는 금감원에서 연락이 한 번 갈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전화를 끊은 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20여분의 통화에서 김씨가 자신의 금융 재산을 보이스피싱범으로 의심되는 남성에게 모두 전달한 뒤였다.
명절 후 늘어나는 보이스피싱…검찰사칭 의심될 땐 '찐센터'로 전화
신원미상의 남성이 안내한 홈페이지(왼쪽). 오른쪽은 실제 대검찰청 홈페이지. /사진=독자제공, 대검찰청 홈페이지
경찰은 이같은 수법을 문자메시지나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스미싱'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와 유사한 형태의 가짜 홈페이지를 만든 뒤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만드는 식이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 등으로 수사를 받는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면 처벌받는 조항도 없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력해 김씨가 안내받은 대검찰청 사칭 홈페이지의 접근을 막을 계획이다.

신원미상의 남성이 안내한 홈페이지의 '나의 사건조회'탭을 클린하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창이 뜬다(왼쪽). 오른쪽은 실제 대검찰청 홈페이지에서 나의 사건조회를 선택했을 때 나타나는 화면. /사진=독자제공, 대검찰청 홈페이지

경찰 관계자는 "통상 명절 이후에 보이스피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영장은 기본적으로 사본을 교부해야 한고 경찰과 검찰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모든 형태의 영장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집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녹취로 재판출석을 갈음하는 수사는 있을 수 없다"며 "검찰 관련 서류를 받고 의심될 때는 검찰이 운영하는 서류 감별 콜센터인 '찐센터'에 전화해 바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국번 없이 1301을 누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운영하는 '찐센터'에서 365일 24시간 검찰 수사관들이 신속하게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검찰 관련 서류 확인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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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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