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억 통장', 결국 '4000만원 통장' 됐다

유희곤 기자 2022. 8. 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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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공약한 '청년도약계좌'
정부 기여금 줄고 만기 절반으로
청년희망적금도 추가 가입 중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22일 오후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억원 통장’으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청년도약계좌가 ‘4000만원 통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입자가 납입한 금액에 보조해주는 정부 기여금이 축소되고 만기도 당초 계획의 절반인 5년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 지출 축소 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올 초 판매된 청년희망적금도 추가 가입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30일 2023 회계연도 일반회계 세출예산안 3조6838억원을 편성했으며, 이 중 청년도약계좌 기여금 예산을 3440억원 반영했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에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해 연간 소요재원 6900억원의 약 절반을 편성했다.

기여금이란 저축 상품 가입자의 납입액에 비례해 정부가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청년도약계좌를 만 19~34세이며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이거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대상으로 월 납입액 40만~70만원, 만기 5년, 기여금 매칭률 최대 6% 기준으로 설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자소득은 비과세되며 금리 수준, 월납입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예산안 확정 후 금융권과 협의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대선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2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40만원의 기여금을 보태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가입자는 약 300만명이다.

공약대로면 가입자가 월 60만원을 납입하고 소득·재산 요건을 충족해 월 10만원의 기여금을 받고 금리 연 3.4%를 적용받아 비과세 혜택까지 받으면 10년 만기 시 약 1억16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예산안에 따르면 동일한 가입자가 월 60만원 납입 시 받을 수 있는 기여금은 최대 매칭률 6%를 적용해도 월 3만6000원뿐이다. 만기도 5년으로 줄어 최종 수령액은 약 4165만원에 그친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재원 검토 과정에서 10년 만기 상품은 시장 수요가 많지 않고 재원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현실적인 대안(5년 만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 2~3월 판매된 청년희망적금 예산은 3602억원을 편성했지만 추가 가입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청년도약계좌를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하고 청년희망적금 가입자가 청년도입계좌로 갈아타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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