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야"..노인 일자리·소상공인 예산 '싹둑'
[앵커]
내년도 씀씀이를 말하며 경제부총리는 '허리띠 졸라매자'고 했습니다. 무려 6번이나 이 말을 했습니다. 639조 원 내년도 예산안 규모입니다. 추경 예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예산보다 적습니다. 살림살이를 줄이기로 한 건 금융 위기 이후 13년만입니다. 덜 써서, 나랏빚 느는 속도를 늦추자는 게 정부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입니다. 물가와 금리, 환율까지 3중고에 시달리는 서민과 중소기업에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들을 위해 꼭 써야 할 돈까지 줄인 건 아닌지 걱정의 목소리가 큽니다.
황예린 기자입니다.
[기자]
69세 안금숙 씨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3시간씩 경로당을 청소합니다.
한 달 30만 원이 채 안되는 돈을 받지만, 이 일자리가 사라지면 당장 생활비가 걱정된다고 말합니다.
[안금숙/69세 : 줄이면 안 되지, 늘려야지. 오히려 더, 안 그래요. 어느 자식이 매달 주겠어, 안 주잖아요. 내가 벌어서 써야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노인들이 주로 했던 청소나 쓰레기줍기 같은 공공일자리를 6만 개 정도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정부는 노인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업체가 일자리를 만들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일자리가 3만 8,000개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합쳐보면 전체 노인 일자리는 2만 개 넘게 줄어듭니다.
정부는 단순 노무형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를 늘리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조정했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말한 단순 노무로 생활비를 마련했던 노인들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만드는 일자리 중 60%는 민간 업체가 채용하는 건데, 나이가 적을수록 유리해서 고령층은 채용 문을 뚫기 쉽지 않습니다.
[안금숙/69세 : 일자리 일할 데도 없는데, 다른 데는 더군다나 써주지도 않는데. 나이 많다고 안 써주지.]
소상공인들은 지역사랑상품권 지원금이 완전히 삭감된 걸 두고도 손님이 줄까 걱정합니다.
민간 주도의 경제를 뒷받침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달리, 벤처와 스타트업 업계를 위한 창업과 벤처 예산도 올해보다 6천억 넘게 줄었습니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을 다음 달 2일 국회로 보냅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줄어든 민생사업 예산을 최대한 다시 늘리겠다고 밝혀 국회 심사과정에서 여야가 예산안을 놓고 부딪힐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강아람 / 인턴기자 :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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