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국민의힘 연찬회 전날 의원마다 '윤석열 시계' 20개 전달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유정인 기자 2022. 8. 30. 15: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지급 개수, 적다 민원 많아"
국내 업체 로렌스 제작 개당 4~5만원
윤석열 대통령실이 각 국민의힘 의원실에 선물한 대통령 기념 시계. 유설희 기자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렸던 지난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 가슴에 ‘국민의힘’이라고 쓰인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국민의힘 의원들 중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 기념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의원실로 대통령 시계 선물이 왔길래 차고 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연찬회 전날인 지난 24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대통령 기념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24일 퇴근 무렵 의원실로 대통령실 행정관이 쇼핑백에 시계를 담아서 들고 왔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에게는 남성용 10개, 여성용 10개 등 총 20개가 지급됐고, 비례대표 의원에게는 남성용 5개, 여성용 5개 등 총 10개가 지급됐다고 한다. 야당 의원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상 지급되는 시계가 너무 적다는 민원이 많아서 지급되는 시계 수를 늘렸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 중에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하나된 당정을 강조하기 위해 연찬회 전날 시계를 선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연찬회 만찬에서 “당정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 모든 어려운 문제들이 다 해소되고 정부와 당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며 ‘당정 원팀’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관행에 따른 것으로 연찬회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정 통합 행보는 지난 26일 연찬회가 끝나자마자 법원의 가처분 인용 폭탄이 떨어지면서 빛이 바랬다.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후 새 비대위 구성 여부를 두고 찬반으로 갈라져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5월25일 처음 공개된 윤 대통령 시계는 국내 업체 ‘로렌스’에서 개당 4~5만원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면에는 봉황 무늬와 함께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서명이, 뒷면에는 대통령 취임식부터 슬로건으로 써온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가 새겨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역대 대통령들은 기념시계를 대통령과의 친분을 상징하는 답례품으로 활용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시계 뒷면에 좌우명인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새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각형 디자인으로 정형화된 권위의 틀을 깨려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새겼는데 ‘이니시계’로 큰 인기를 끌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수십만원에 거래됐다.

특히 정권교체로 들어선 정부가 챙겨 줄 사람이 많다 보니 시계 제작도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대량 유포 분위기를 타고 ‘짝퉁’ 시계를 대량 유통한 업자가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 의원에게도 남녀 시계 1쌍만 줄 정도로 시계 배포를 제한했다. 최근 이준석 전 대표 성비위 제보자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이 전 대표로부터 ‘박근혜 시계’를 선물받아 보관 중”이라고 했는데 신빙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맨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시계. 대통령실 제공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