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렌트푸어의 비명..금리 공포에 "모두가 죽는다"

2022. 8. 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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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한 매파적 발언에 금융시장이 발작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추가로 시사하면서 한국은행 또한 '베이비스텝'을 차근차근히 밟으려던 경로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1월까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 기준금리가 연 3.25%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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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쇼크에 불안감 확산
매파적 발언에 국내시장 충격 덮쳐
국고채 3년물 연 3.6% 돌파
주담대 7%대도 머지않아 초긴장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집 주인도, 세입자도 이러다 다 죽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한 매파적 발언에 금융시장이 발작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추가로 시사하면서 한국은행 또한 ‘베이비스텝’을 차근차근히 밟으려던 경로를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 집값 하락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세로 몸 누일 곳을 찾던 세입자들 또한 집을 지키기 더욱 어려워졌다.

▶“고통에도 금리인상 불가피” 파월 쇼크, 한국 금리도 더 올린다=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국제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받더라도 당분간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며 “통화정책 스탠스는 더 긴축적으로 가져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미국은 물론 국내 시장에도 충격이 덮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9일 13년4개월 만에 장중 1350원의 고지를 밟았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653%에 장을 마쳤다. 애초 금리인상 사이클이 올 하반기 정도에 멈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뒤엎은 셈이다. 당장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1월까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 기준금리가 연 3.25%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긴 어렵다”라며 “한·미 정책금리 폭이 지나치게 크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당장 ‘빅스텝’을 시사한 건 아니지만, 점진적인 베이비스텝 단행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의 확고한 발언으로 일각에서 기대하던 속도 조절은 당분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단기적인 신호들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워 금리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주인은 하우스푸어, 세입자는 렌트푸어?...주담대 7% 현실화=금리 인상이 추가로 예고되면서 ‘금리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들 또한 초긴장 상태다. 최근 집값이 하락한 데다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이번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은행권의 추가적인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5%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다시 6%대로 진입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오른다는 데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2.90%로 전월(2.38%) 대비 0.52%포인트 급등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로 주담대나 전세자금 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이번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은행연합회가 다음달 공시할 8월 코픽스는 3%대를 넘어서는 만큼 주담대 7% 현실화도 머지않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대로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월세전환이율을 앞지르는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금리가 최대 변수인데, 금리가 갑작스럽게 오르다 보니 시장이 금리 공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집을 산 사람이든, 전월세 거주자든 모두가 다 힘든 구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매매나 전세를 구할 때 대부분이 대출을 끼다 보니, 금리가 오르면 유주택자들은 ‘하우스 푸어’, 전세 거주자는 ‘렌트 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MZ 세대나 서민층이 많이 몰린 곳들 위주로 타격이 시작될 것으로 봤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과 건수는 각각 3407억원, 1595건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주택금융공사에서도 반환보증 건수가 2건이 발생한 상태다.

박원갑 위원은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매매가격 하락과 거래절벽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대출을 갚아 원금 부담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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