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원 내렸다는 그 아파트의 사연을 찾아라.. 실거래가 추적하는 네티즌 수사대

연지연 기자 2022. 8.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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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얻는 법 손 쉬워지고 통용된 덕분
적정 시장가액 찾는 속도 빨라져

“11억원 내린게 맞나요?”

“아닙니다. 특수관계인 거래라네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수억원씩 내린 값에 거래가 체결됐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고 있다. 대세 하락에 접어든 것인지, 지금 사면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인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거래의 사연을 알아내는 수요자들의 정보 공유도 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네티즌 부동산 수사대’다.

일러스트 = 이은현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급매물이 거래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물건의 사연을 ‘집단지성’ 방식으로 알아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떼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이유를 묻고 얻은 답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급매물이 부동산 거래절벽기를 활용해 나오는 증여성 거래인지, 사업 부도에 따른 급매물인지 이유를 알아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매도 호가를 낮춰야 하는지를 결정하려면 실제 시장에서 소화되는 가격을 알아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식었다고 보기 어려운 가운데 부동산 정보를 손쉽게 구하게 되면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일 거래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72.51㎡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주택은 26억21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액(37억원)보다 11억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갑자기 실거래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하락장이 본격 시작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자 이내 알음알음 알아낸 정보가 공개되고 덧붙여졌다. 공인중개업소 중개거래가 아닌 직거래, 최근 호가보다 3억원 싸게 거래된 점, 신축 아파트로 받을 평형 등에 대한 정보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4㎡(33평형)를 신청한 주택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평형 주택의 호가가 29억원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가격이 시가 대비 3억원 이내로 싼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무적으로 다 따져보고 특수관계인 거래를 한 걸로 안다”고 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특수관계인간 거래의 경우 시가 대비 3억원 이하로 싸게 거래하거나 30% 이내로 싸게 거래하면 정상거래로 인정된다.

앞서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59㎡는 17억원에 매도돼 시장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작년 9월에 기록한 최고가(21억9000만원)와 비교하면 약 5억원 정도 떨어진 셈이다. 당시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후 인근 공인중개업소로 문의가 쇄도하자 일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해당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떼서 설명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물건은 대부업체로부터 19억5000만원 가량의 근저당이 설정돼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매매되기 어려웠던 주택이었고, 사연이 있어 급매물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과천의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도 13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이른바 네티즌 수사의 대상이 됐다. 전용면적 59㎡의 실거래가(1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라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성씨가 동일하고 나이 차이가 30년이 난다는 점, 등기 이전이 닷새만에 이뤄졌다는 점을 설명하며 증여성 저가 매매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과천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특수관계자 매물이라고 했다. 과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별 매물 사연을 전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하도 문의 전화가 많이 오니 알아보게 됐다”면서 “특수관계자 거래라 이를 시세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부동산 참여자들이 매매가격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이 강세를 보였을 때도 갑자기 뛰어오른 매매가격을 둘러싼 정보가 공유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다. 당시 전용면적 84㎡가 22억원에 매도됐는데, 직전 거래 대비 6억원이나 비싸게 팔리자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갖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현금부자 중국인이 샀다는 등의 소문이다.

하지만 이내 사연이 밝혀졌다. 해당 거래는 개인에서 법인으로 주체가 바뀌었는데, 매수자인 법인의 사내이사가 매도자였다. 또 매도자의 부인이 법인의 감사로 재직 중이란 사실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부동산 전문가는 “당시만해도 법인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때라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절세 목적으로 이뤄진 거래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프롭테크 업계가 지난 몇년새 성장하면서 공개되는 정보가 많아진 덕분에 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되면서 이런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센터장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손쉽게 정보를 취합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어디에서 무슨 정보를 얻어야 할 지 잘 아는 상황이라 가능한 일”이라면서 “정상 거래가액인지 아닌지 시장에서 판단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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