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마 ‘엘’이 찍은 성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

황다예,황현규 2022. 8. 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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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n번방, 박사방 사건, 주범들은 엄벌을 받았고 이른바 'n번방 방지법'같은 비상처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계와 관심의 눈초리가 느슨해진 사이, 제2의 n번방들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수법은 더 악랄해지고 피해자들은 더 어려졌습니다.

황다예, 황현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에 제보가 왔습니다.

'범죄자 엘을 잡아달라', 제보자는 증거라면서 영상을 보냈습니다.

350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들.

'범죄'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도 빠짐 없이 미성년 아이들이 강제로 찍은 듯한 '성 착취물'이었는데, 이중에는 성폭행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한 가지, 아이들 몸에 새겨진 '엘 주인님'이라는 글씨였습니다.

엘 주인님.

'엘'이라는 인물이 영상을 찍도록 강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KBS는 n번방을 취재한 추적단 불꽃의 일원이자 대안 미디어 '얼룩소' 소속인 원은지 에디터와 함께 문제의 영상들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우선 '피해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 :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이 존재하는 그런 피해자만 6명 정도 되고요. 전부 다 이제, 아동 청소년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명, A씨와 만났습니다.

신원 보호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끔찍한 범죄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악랄한 '협박'이 있었음을 증언했습니다.

A 씨는 가해자 '엘'이 네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성착취물 유포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엘'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영상의 특징을 담은 별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주된 활동 무대는 텔레그램.

여기까지는 n번방, 박사방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유통 '수법'이 달랐습니다.

고정된 대화방이 있었던 n번방, 박사방과 달리 '엘'이 활동했던 이른바 '엘방'은 이곳 저곳에서 수도 없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습니다.

한 텔레그램 대화방.

특정 별칭의 영상을 달라는 메시지가 줄을 잇더니 누군가 "'엘방'에 들어가면 그 영상이 있다"고 홍보합니다.

[공정식/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 "보통 이제 성 착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해시태그'를 찾거나 또는 그런 스티커(표시)가 있는 데를 찾아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사람들끼리 모일 수밖에 없죠."]

n번방과 박사방이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면 '엘'은 보다 과감하게 성착취물을 유포해가며 인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대화방을 운영했고 피해 영상들은 텔레그램을 넘어 인터넷 사이트로도 널리 유통됐습니다.

그렇다면 '엘'이라고 알려진 이 인물은 대체 누굴까요?

철저하게 익명의 탈을 쓰고 활동하는 특성 상 정보는 제한적이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을 추적해 봤습니다.

이어서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텔레 판'을 뒤집어놓은 장본인", "여노예 11명, 남노예 3명", "레전드".

성 착취물을 찾는 가담자가 '엘'을 소개한 말입니다.

취재팀은 '엘'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인물과 접촉했습니다.

"'갓갓' 문형욱과 '박사' 조주빈 이상으로 악랄하다", "제보한 영상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엘'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20년, 즉 조주빈 문형욱이 구속될 즈음입니다.

마치 그들의 공백을 노렸다는 듯 급속히 활동에 나섰습니다.

'엘'이 등장한 대화방은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30개가 넘습니다.

방들 사이에는 일종의 '서열'이 존재했습니다.

검색이나 링크를 통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방이 가장 아랫단.

더 윗단계 방은 채팅·음란물 '공유' 횟수를 채워야 초대받습니다.

맨 꼭대기에는 자기들 말로 '믿을만한 사람끼리만 모인다'는 이른바 VIP방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어떤 방이냐에 따라 공유하는 영상의 수위가 달라집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 : "대화를 몇 백 개 이상, 더 많이 보내거나 아니면 퀴즈를 냈는데 그거를 맞춘다거나, 이런 식으로 조금 인증 단계를 넣어서 정말 이 성 착취물을 보는 가해자가 맞는지 아닌지 하는 단계를 삽입을 했어요."]

위로 갈수록 인증 문턱은 높아졌지만 "엘이 만든 영상이 있다"고만 하면 순식간에 수천 명이 모여들었습니다.

많게는 5천 명이 '상주'하는 텔레그램 방까지 있었습니다.

그들은 영상을 보며, 노골적인 '평가'를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공정식/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텔레그램은) 익명성이 상당히 강하고, 더불어서 초대자만 들어올 수 있는 폐쇄성도 있고, 그래서 텔레그램을 통해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공갈하는 것들이 매우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고."]

대화방 안에서 공유된 영상은 밖으로도 퍼져나가 불법 음란 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극우 커뮤니티 '일베'에도 일부가 유포됐는데, 거기서 기록한 조회 수만 최소 4만 번이 넘습니다.

'엘'은 이렇게 유명세를 타자 이민수, 악마 등 다른 이름도 함께 썼습니다.

추적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가 지난해 활동한 대화방은 지금 대부분 폐쇄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엘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엘'은 텔레그램에서 '최근 접속'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엘 그리고 그와 함께 움직였던 일당에 대해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상 유포자와 소지자, 모두 수사 대상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 닉네임 '엘'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취재팀이 정한 가칭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 최재혁 이제우/영상편집:김선영 황보현평/그래픽:김지훈 채상우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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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황현규 기자 (hel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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