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문 정부의 박 정부 찍어내기 수사하는데, 윤 정부는 문 정부 찍어내기

한동훈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에서 비검사 출신 고위 간부를 건너뛰고 보고나 결재, 회의 등이 이뤄졌다는 ‘패싱’ 의혹은 윤석열 정부의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 기류와 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현 정부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권 교체 뒤 여권 인사들은 현직에 있는 전 정부 인사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거나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17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방통위원장은 내년 7월까지, 권익위원장은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두 사람을 국무회의에서 ‘왕따’시킨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가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 정부 임기 말에) 공공기관에 알박기한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상임이사·감사를 합쳐 59명”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교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때맞춰 방통위·KDI·권익위를 감사하거나 감사자료를 요청했다. 결국 홍장표 KDI 원장과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 한편에서 검찰은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산하기관 기관장들에게 사퇴 압박을 했다는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압수수색하며 다른 부처로도 수사 범위를 넓혔다. 서울중앙지검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서 대법원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유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이 판결문을 분석한 뒤 다른 부처의 유사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김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유죄 판단의 법적 근거는 공공기관운영법이다. 이 법은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임원은 임명권자가 해임하거나 직무수행의 현저한 지장, 직무태만 등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임기 중 해임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김 전 장관 사건은 주진우 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때 수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한덕수 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등이 홍장표 원장에게 사퇴 압박을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 정부의 전 정부 인사 사퇴 압박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이지만, 윤 대통령 직할체제인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9일 “현 정부는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뭐가 문제냐고 얘기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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