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는 정당, 85만원 받은 검사 면직은 부당?"

2022. 8. 29. 14: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서 논란된 과거 판결..오석준 "마음 무겁다. 국민 우려 십분 공감"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그의 판결과 관련해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는 정당하다고 한 반면, 성 접대를 받은 국정원 고위공직자의 파면을 구제한 것은 편향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 후보자에게 "최근 '버스기사 800원 횡령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어떤 근거에서 판단됐는지 간략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오 후보자는 운송수입금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지난 2011년 판결했다.

이 의원의 질의에 오 후보자는 "그것이 많은 논란거리가 된 것을 알고 있다"며 "일단 결과적으로 그분이 저의 판결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단 생각에 저도 마음이 무겁다. 그 부분에 대한 의원님들이나 국민들 우려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버스기사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진짜 월급만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한순간에 직장을 잃어버리니까 '죽고 싶었다'고 했다"며 "이 사건으로 10년 동안 직업을 못 구하고 있다. 막노동하고, 쓰레기 줍고 하면서 다섯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이를 알았느냐"고 물었다. 

오 후보자는 "잘 모르고 있었다"며 "의원님이 알고 계시는 것과 좀 다른 사정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오 후보자가 판결한) 유사한 다른 사건에서는, 가령 검사가 면직됐는데 구제해 준 사건도 있고 국정원 고위공직자가 향응 받고 사실상 (금품을) 갈취한 사건도 구제해줬다"며 "(이들에 대한) 판결문에서는 왜 그랬는지 경위를 살피고, 이 사람들(검사와 국정원 직원) 불이익을 설시했다. 버스 기사 횡령에는 (경위나 불위익을) 들여다본 흔적이 없다. 균형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 의원이 말한 '검사 사건'은 2009년 불법 성매매 등이 이뤄지는 유흥주점에서 4회에 걸쳐 85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사가 면직된 사건을, '국정원 고위공직자 사건'은 2011년 피감기관으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국정원 직원이 파면된 사건을 뜻한다.

오 후보자는 "오랫동안 재판하면서 나름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정을 참작하려 했으나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대표적 사례로 (버스기사 800원 횡령 사건을 들 수 있다)고 답한 뒤, 이 의원이 "충분히 성찰해 달라"고 주문하자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후보자는 이날 민주당 안호영 의원과의 질의과정에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 관련 정보 수집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안 의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현행법상 법무부가 법관 인사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법률과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남아있어 인사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한동훈 장관도 예외적으로 (대통령실이) 의뢰하면 (인사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자는 "만약 그 '요청이 있으면 (인사정보 수집을) 하겠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행정부 내지 공공기관에 관한 것이라면 그건 제가 뭐라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대상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후보자)에 해당한다면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사정보관리단의 대법관 후보자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침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달 14일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석하며 "대법관은 과거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행정부의 인사 검증 대상은 아니었다. 저희 역할은 민정수석실이 해오던 일차적인 기능만을 갖고 온 것이기에 거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인사정보관리단의 임무는 대통령실이 의뢰하는 경우에 한해 객관적이고 일차적인 검증을 해서 판단 없이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오 후보자는 자신을 대법관으로 추천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 관계가 있고, 추천에 이같은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야당 청문위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앞서 서면 답변을 통해 '대학 1년 선후배이지만 유달리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적 모임을 같이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대학 다닐 때도 (윤 대통령과) 식사를 하게 되면 술을 같이 나누곤 했다. 그 이후만남에서도 보통 저녁에 만나게 되는 경우에는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윤 대통령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장녀에게 1억6000만 원을 빌려준 사실을 2020년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누락했다가 이듬해 재산신고에서 이를 바로잡은 데 대해서는 "(해당 연도에) 새로 취득한 재산이 없어, 전년도 재산증감 변동만 보다 보니 깜빡하고 놓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