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에 연체있어도 당일 2억"..활개치는 '작업대출'

2022. 8. 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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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자도 콜센터 재직서류 만들어 2억까지 대출 가능."

온라인 채팅을 통해 접촉한 작업대출업자 A씨는 '28세 무직, 기존 대출금과 연체 기록이 있는데 대출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서류를 꾸며 저축은행권 7~9%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대출 실행 체계는 이미 엄격해 조작된 서류로는 대출 실행이 힘들 것"이라면서도 "작업대출업체가 조직적으로 재직증명 등을 만들어 대출을 신청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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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틈타 불법 사금융 확산 우려
재직서류 등 위조 '대출사기' 광고
금리 인상기 금융취약층 유인
적발시 이용자도 형사처벌 대상

“무직자도 콜센터 재직서류 만들어 2억까지 대출 가능.”

온라인 채팅을 통해 접촉한 작업대출업자 A씨는 ‘28세 무직, 기존 대출금과 연체 기록이 있는데 대출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서류를 꾸며 저축은행권 7~9%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수수료는 대출금의 15%이며 당일 승인된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는 없냐’고 묻자 “우리는 정식 대부업체다. 문제 생길 일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해당 업체는 작업대출을 시행하는 불법 사금융인 것으로 드러났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작업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작업대출은 불법 사금융업체가 대출인의 재직서류 등 정보를 조작해 불법 대출을 알선하는, 일종의 사기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기에 금융 취약계층의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작업대출을 비롯한 불법 사금융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청자 많아 대출 의사 확실한 사람만 대출”… 버젓이 활개치는 작업대출=실제로 SNS나 포털 등에서는 작업대출업체의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포털에 ‘작업대출’을 검색하자 관련광고들이 줄줄이 나왔다. 이들은 ‘재직서류 제작’ ‘소득증빙 없어도 가능’ ‘무사고 경력’ 등의 키워드를 내세워 금융 취약계층을 불법 대출로 유인하고 있었다. 포털 광고를 통해 연락한 작업대출업자는 근래 대출자가 많냐는 질문에 “요즘 신청자가 많아 대출 의사가 확실한 사람들만 해준다”고 말했다.

작업대출 사례도 적지 않다. 불법 업체를 통해 작업대출을 받았다는 한 남성은 “기존 한도가 500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업체를 통해 약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며 “불법 대출을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8개월에 걸쳐 5억 가까이 대출을 받았다는 한 여성은 “한방 생각하면 마음 단단히 먹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업대출이 적발되면 중개업체는 물론 이용자 또한 사문서 위·변조 등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신용정보원에 ‘금융질서 문란 행위자’로 등록돼 예금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시 채무조정제도의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제도권 대출에서 소외돼 작업대출을 받은 금융 취약계층이 되레 금융권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셈이다. 그밖에도 작업대출에는 여러 위험이 뒤따른다. 지난 4월에는 작업대출업체가 취업을 빌미로 대출 신청을 강요한 뒤 대출금 전부를 편취하는 취업 빙자 사기가 발생했다. 작업대출업자가 사전에 고지한 것 이상의 과도한 수수료를 강요하는 일도 빈번하다. 개인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대출은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업대출은 부실 대출로 직결”…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 요구=전문가들은 작업대출이 다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경기악화와 금리인상으로 취약계층이 작업대출과 같은 불법 사금융시장에 진입할 위험이 크다”며 “해당 사례가 늘면 결국 상환이 힘든 부실 대출이 늘어나 전체 금융소비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사들이 대출 실행 시스템을 더 엄격하게 관리해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금융사는 조직적 작업대출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대출 실행 체계는 이미 엄격해 조작된 서류로는 대출 실행이 힘들 것”이라면서도 “작업대출업체가 조직적으로 재직증명 등을 만들어 대출을 신청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대출을 비롯한 불법 사금융의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작업대출 불법 광고를 근절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5일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불법 사금융 척결대책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고금리·채권 추심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관계부처는 ▷단속 및 처벌 강화 ▷저신용자 지원 및 채무자 보호 ▷홍보 강화 등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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