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제 본분을 다하는 말

2022. 8. 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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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세계 최대 고인돌이 있었던 것을 아냐?" 민주당 강모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질문한 말이다.

대표적인 한 연구('Rubin, Perse, & Barbato', 1988)는 127명의 성인에게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들과 나눈 말에 대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이유, 어떤 내용으로 했는가에 대하여 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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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세계 최대 고인돌이 있었던 것을 아냐?” 민주당 강모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질문한 말이다.

비서실장이 갸우뚱하자 “도대체 아는 게 뭐냐”라고 했다. “제가 고인돌을 어떻게 알겠냐”고 답하자 회의장에는 웃음이 터졌다.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질책에 활용하려다 관련성과 현장성이 너무 결여된 엉뚱한 말이었다.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실을 향한 질의보다는 지난 정부의 실정을 들추는 데 골몰했다. 언론으로부터 ‘한심한 국회 운영위 6시간54분’ 이라는 낙제점을 받은 건 당연했다.

민심을 대변하겠다는 사명감이 부재한 의원들의 무딘 창 같은 말은 ‘짜증스러운 국회상(像)’을 만들어낼 뿐이다.

세상에는 답답한 말만 출현하는 건 아니다. 지난 19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이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 오겠다”고 장담한 직원의 민원을 접했다. 사진을 찍은 건 물론이고 직원의 아내와 영상 대화도 나누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즐겁고 유쾌한 정경이었다. 말이 빚어내는 여유롭고 기분 좋은 세계였다.

인간은 말을 하며 살아가는 ‘스토리 텔러’이다. 그래서 마구잡이가 아니라 자신과 주위의 상황, 자신의 목적,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사람이 말을 하는 이유를 조사한 연구들은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 말을 한다는 것을 밝혀왔다.

대표적인 한 연구(‘Rubin, Perse, & Barbato’, 1988)는 127명의 성인에게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들과 나눈 말에 대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이유, 어떤 내용으로 했는가에 대하여 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일지로부터 도출된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는 모두 840가지였다. 보다 간결한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50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분석은 ①기쁨과 즐거움을 얻으려고 ②공감을 얻기 위해서 ③유대감을 나누려고 ④현실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⑤기분전환을 하려고 ⑥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발견했다.

말은 상대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상황에 구체적으로 적절해야 한다.

제멋대로 날뛰는 말이 아니라 의미의 공유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의 말은 자기도취용·과시용·전시용·기록용·선거용 허세와 허위의 말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스토리텔링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즐거움, 행복, 가치, 미래에 대해 공생적 교감을 주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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