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건협, 수수료 2000억 분양보증 독점에 반기

김남석 2022. 8.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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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자 94% "시장 개방해야"
주건협 "보증수수료 정상화 원해"
HUG "실패한 사례 전철 밟는 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분양보증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하면서 HUG 시장 독점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HUG>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가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며 본격적으로 주택 분양보증시장 진출에 나섰다. 30년간 분양보증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미 실패한 사례의 전철을 밟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분양보증은 분양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가 납부한 분양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 등의 환급을 책임지는 보증이다. 현재 국내 분양보증시장은 HUG가 독점하고 있다.

◇주건협 "주택사업자 94%가 시장 개방 원해"= 주건협은 HUG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과도한 보증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시장 개방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박재홍 협회장은 지난 2019년 취임 당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준비해왔다. 주건협 관계자는 "당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택사업자의 94%가 공제조합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문재인 정권 당시에도 의원입법을 준비했지만 부동산 급등과 당시 정권의 정책방향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주건협 설문조사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248개사 중 230개사가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증수수료 정상화(28.5%)였고, HUG 독점체제에 따른 갑질(26.5%), 주택사업의 신속 추진(26.2%)이 뒤를 이었다. 또 주택사업자의 60.5%가 공제조합 설립 시 조합원 가입과 출자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는 등 설립 의지가 높게 나타났다.

주건협 측은 분양보증 수수료를 최대 43% 인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도 HUG가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막대한 보증수수료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HUG의 연간 분양보증수수료는 △2016년 4161억원 △2017년 2533억원 △2018년 2321억원 △2019년 2676억원 △2020년 2173억원 △2021년 1879억원 등이다.

또 2016년 11월, 2017년 6월 등 일방적인 보증중단 사태, 기업 수준별 보증상품 운용 필요성, 경쟁을 통한 발전 가능성 등을 내세워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민간주도 주택공급 확대' 기조도 주건협의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 정부에서는 '공공주도'와 '수요억제'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주요 기조였던 만큼 민간이 주도하는 분양보증에도 부정적이었지만, 민간의 참여가 필수가 된 현 정부의 정책에선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던 당시에는 분양가 규제가 불가피했던 것과 달리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들어서며 분양보증시장 독점의 당위성도 떨어졌다는 게 주건협의 입장이다.

◇HUG "과거 주택사업공제조합 부도 사례 전철"= HUG는 이같은 주건협의 분양보증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지난 1993년 설립된 주택사업공제조합이 IMF 외환위기로 4년 만에 부도를 맞았고 여기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정부가 출자해 공기업으로 설립한 것이 HUG인 만큼, 민간에 시장을 개방할 경우 당시와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경우 분양보증의 리스크가 줄어들어 수익이 나지만, 시장이 악화될 경우 건설업계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피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시장 독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HUG는 3년간 약 2조3639억원을 대위변제했다. 이런 역할을 민간이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 주건협이 주장하고 있는 과도한 보증료율에 대한 지적도 지난 2004년 이후 10차례에 걸쳐 보증료율을 인하해왔다고 반박했다. HUG의 분양보증료율은 지난 2004년 건축비의 0.31~0.64%에서 작년 6월 0.144~0.342%로 줄었다. 건설사가 납부하는데, 건설사들은 이를 분양가에 포함시켜 반영하고 있다. 분양보증액은 2021년 기준 총 71조1766억원에 달했다.

HUG가 분양보증 외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도 분양보증 독점은 꼭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금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보증 등 정부가 임차인 보호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보증의 경우 수익이 거의 없고, 사고 위험성이 높아 오히려 대위변제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 분양보증을 통한 교차보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현재 분양보증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전세보증 보증료 할인 같은 공적보증 재원으로 선순환되고 있다"며 "분양보증 시장이 민간에 개발될 경우 민간업체의 보증수익은 모두 주주에게 귀속돼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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