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서 숨진 자산가 여성.. 범인은 람보르기니 모는 양아들 [특파원 24시]

1억 엔 상속받고 무직으로 화려한 생활
CCTV 살펴보니 사건 당일 여러 차례 변장

일본의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 ‘아시노코 스카이라인’에서 다카이 린이란 남성이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무르시엘라고에 살짝 기댄 채 서 있다.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린 린은 자신의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25일 오사카부경에 체포됐다. 페이스북 캡처

일본 후지산과 아시노 호수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아시노코 스카이라인’. 구름이 정상을 휘감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무르시엘라고에 살짝 기댄 채 서 있다.

지난해 8월 도쿄에 거주하던 다카이 린(28)은 “그러고 보니, 자동차를 샀다”는 한마디와 함께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의 양어머니 다카이 나오코씨가 자택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이달 25일, 오사카부경찰은 린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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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엔 상속받고 무직으로 화려한 생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7월 22일. 오사카부 다카쓰키시 주택의 욕실에서 나오코씨(당시 54세)가 익사한 채 발견됐다. 양 손목에는 압박 밴드로 묶인 것 같은 흔적이 있었다.

경찰의 눈엔 1억 엔가량의 유산을 상속받은 린이 수상했다. 그는 사건 한 달 전 실직했지만, 도쿄 시내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가 자동차와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고 회원제 바나 고급 음식점에 출입하는 등 화려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연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주변에는 “외환 거래로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다카이 린이란 남성이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무르시엘라고에 기댄 채 서 있다.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린 린은 자신의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25일 오사카부경에 체포됐다. 페이스북 캡처

린은 대학 졸업 후 외국계 생명보험회사를 다니다 나오코씨를 고객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동료였던 남성은 “상승 욕구가 강해 ‘돈을 왕창 벌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보험금을 고객 동의 없이 증액해 계약서를 쓰는 등 문제를 일으켜 2020년 6월 회사를 관뒀다. 이후 보험대리점에 재취업한 린은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5개월 전 나오코씨의 양아들로 입양됐다.

린은 나오코씨의 생전에 총액 1억5,000만 엔의 보험 2건을 계약했다. 하지만 사건 후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수취인이 린으로 변경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며 보험사가 지급을 보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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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카메라 영상 샅샅이 뒤져... 사건 당일 여러 차례 변장

처음부터 수상했던 린이 1년이 지난 후에야 체포된 것은 증거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린은 사건 당일 도쿄의 자기 집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린의 휴대폰도 도쿄 집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린의 집에서 나오코씨 집까지 오는 경로의 방범카메라 영상을 샅샅이 훑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를 쓴 남성이 목장갑을 끼고 테이프 같은 것을 든 채 나오코씨의 아파트 주변을 걷는 장면을 찾아냈다. 린의 아파트 주변에서는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장을 한 남성이 떠나는 장면이 발견됐다. 린으로 보이는 남성은 이날 여러 차례 복장을 바꿨다.

경찰은 방범카메라 영상과 사건 정황 등을 근거로 린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린은 나오코씨에게 입양될 당시 시청에 제출한 신고서에 증인으로 등재된 친아버지와 당시 배우자의 서명을 위조한 것과 보험금 수취인을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도 받고 있다. 린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