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욕 14시간→7시간대.. '제2 콩코드' 시대 열리나 [세계는 지금]

나기천 2022. 8. 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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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항공기 개발 붐
나사, 2022년 말 'X-59' 마하 1.2 시험비행
손뼉 소리보다 작을만큼 소음 거의 없어
목표에 달성해도 상업용 제작은 안 해
"더 안전한 비행·항공학 발전 전념할 것"
美 3곳 개발 중.. 붐社 "2029년 상업화"
고가의 운임·적은 탑승객 수 등 단점
수익성 낮았던 콩코드 한계 극복 관건
美·日 항공사는 앞다퉈 구매 계약 나서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첫 A는 Aeronautics(항공학)다. 나사가 우주과학 외에도 우리를 더 빠르고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하게 비행하도록 항공학을 발전시키는 데 전념한다는 의미다. 초음속 비행은 나사의 매우 중요한 부문이고, 인류는 목적지에 더 빠르게 도착하고 시간에 민감한 운송(수송·배송) 범위를 확장하길 원한다.”
X-59
X-59(QueSST·Quiet SuperSonic Technology)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미국 나사의 맷 캠릿 공보관은 26일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초음속기(機) 개발 이유에 대해 더 빠른 항공운송수단 제공을 통한 인류의 활동영역 확장을 강조했다.

◆초음속 비행기 X-59 연말 시험비행

나사는 올해 말 차세대 마하 1.2(시속 1500㎞, 1마하=시속 1224㎞) 저소음 초음속 비행기 X-59의 시험비행에 나선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2003년 콩코드 퇴역 이후 약 20년 만에 초음속 여객기 시대의 재림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속도의 여객기가 개발되면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뉴욕 JFK(존에프캐네디) 국제공항까지 14시간15분 안팎 소요되는 비행시간이 절반인 7시간 10∼20분으로 단축된다.

나사에 따르면 X-59는 음속 1.2배 속도로 나는 데도 소음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마하 2.23의 콩코드 여객기는 초음속을 돌파할 때 나는 ‘쾅’하는 굉음(轟音)인 소닉붐이 너무 커 문제가 됐다. 당시 소닉붐은 지상 건물의 유리창을 깰 정도였다. 현재 국제항공운송 규정은 육상에서의 상업비행 속도를 마하 1, 즉 음속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캠릿 공보관은 X-59의 저소음 기능에 대해 “1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자동차 문을 닫는 정도인 75㏈ 정도로 설계됐다”고 했다. 콩코드(105㏈)나 폭죽(114㏈)의 폭음(爆音)과 비교해 엄청난 차이다. 손뼉(97㏈)의 ‘짝’하는 소리보다 작게 들린다.
콩코드
비결은 항공기 모양에 있다. X-59는 모양이 충격파가 합쳐지지 않고 소리가 공기역학에 따라 표면으로 넓게 퍼지도록 만들어졌다.

나사는 2024년부터 X-59를 미국 전역의 주택지역 상공을 날게 해 비행소음에 대한 반응을 수집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 ICAO가 마련하는 기준에 맞춰 2028년까지 초음속 비행기의 육상통과 시 비행소음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플랜이다. X-59가 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해도 그대로 상업용 민항기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X-59의 X라는 글자 자체가 실험용(eXperimental)이라는 의미인 것처럼 이는 상업용 비행기를 만드는 전(前) 단계 과정이다.

캠릿 공보관은 “나사는 상업용 비행기를 만들지 않는다”며 “나사와 X-59의 임무는 초음속 육상통과 비행 시 허용 가능한 비행소음의 한계를 확인하고 그 한계 내에서 (항공기 제조사들이) 미래 항공기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콩코드 시대 2029년 도래 가능성

콩코드 이후 첫 초음속 민항기 시대의 서곡(序曲)은 이르면 2029년쯤 울릴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Spike Aerospace), 허미어스(Hermeus),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이 초음속 비행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파이크의 S-512는 비즈니스 제트기로 만들어진다. 12∼18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6의 속도로 날아 현재 주요 항로에서 걸리는 비행시간을 절반가량 단축하는 게 목표다. 허미어스는 쿼터홀스(Quarterhorse)라는 마하 5의 극(極)초음속 무인기를 제작해 엔진 테스트 중이다. 노즈가 갈라져 공기를 흡입하는 새로운 유형의 엔진을 단 게 특징이다. 쿼터홀스는 나사의 X-59처럼 초음속 여객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항공기를 개발하는 개념이다.
S-512
진짜 초음속 여객기에 가장 근접한 회사는 붐슈퍼소닉이다. 붐은 2025년 초음속 비행기 오버추어(Overture)의 시제기(試製機)를 만들어 이듬해 시험비행을 한 뒤 2029년 상업운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항공기는 마하 1.7의 속도로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 현재 6시간30분 걸리는 거리를 3시간30분 만에 논스톱 비행한다.

◆붐 개발 초음속 여객기 입도선매

붐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세계일보에 “오버추어는 바다 위에서는 마하 1.7로, 육지 위에서는 현재 항공기보다 20% 더 빠른 마하 0.94로 날지만 소닉붐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 소음 감소 시스템이 장착된 개선된 엔진이 일반 여객기와 비슷한 소음 출력을 낸다”고 설명했다.

2000년 7월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의 폭발 참사로 제기되는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오버추어의 엔진 4개(각 날개 아래에 2개)는 모두 객실 뒤쪽에 있어 엔진 고장 시 승객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갈매기 날개 모양 주익(主翼)은 초음속 성능을 향상시키고 비행기의 평면 형태 역시 어떠한 속도에서도 안전을 보장하도록 잘 조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오버추어
항공업계는 이 비행기에 거는 기대가 큰 분위기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최근 20대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지난해 6월 유나이티드항공(15대)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다. 일본항공은 2017년 붐에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투자해 최대 20대의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오버추어가 고가의 운임과 일반 여객기에 비해 적은 탑승 승객수(65∼80석)로 개발 후에도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100여석의 콩코드도 기름값도 감당하기 어려운 낮은 수익성 탓에 고전한 바 있다.

7867㎞라는 오버추어의 상대적으로 짧은 항속거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잉 747-8의 1만4310㎞ 절반 정도다. 콩코드도 항속거리가 짧아 장거리를 갈 땐 중간에 기착해 연료를 다시 채워야 했다. 급유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초음속 비행기의 최대 매력인 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어진다.
X-1
◆1947년 ‘X-1’ 마하 1.06… 항공史 새 장 ‘활짝’

X-59은 1940년대 이래 미국 민관의 초음속기(機)개발 DNA를 물려받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세계 첫 초음속 비행기는 1940년대 미국 벨사가 만든 X-1이다. 미국 공군과 국가항공자문위원회(NACA: 나사의 전신)가 만든 실험용 비행기다. 1947년 10월 척 예거 공군 대위가 X-1을 마하 1.06(마하1=시속 1224㎞)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항공역사의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

역대 최고 속도 유인비행 기록을 보유한 비행기는 1967년 마하 6.7을 찍은 나사(NASA·항공우주국)의 X-15다. 1959년부터 9년간 시험비행 199차례를 한 이 비행기의 조종사 중에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이 있다.
X-15
X-1, X-15를 본격적인 항공기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조종석이 달린 로켓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보통의 비행기와는 달리 개조된 B-52 폭격기가 날개에 매달고 고고도에 올라가 발사하는 형식이어서다.
무인기 중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는 X-43A다. 2004년 마하 9.6의 속도를 기록했다. 이 비행기는 단 몇초만 이 속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실제 가장 빠른 무인기는 보잉의 X-51A가 꼽힌다. X-51A는 2013년 3분간 마하 5.1로 비행했다.
X-43A
X-51A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콩코드는 1976년 상업비행을 시작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다. 8시간 가까이 걸리던 파리∼뉴욕 대서양 횡단비행시간을 3시간 반으로 단축했다. 콩코드는 2000년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이륙 중 폭발해 10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 후 퇴역했다. 비극의 원인은 먼저 이륙한 비행기에서 떨어진 작은 부품과의 충돌이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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