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단절..비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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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의 뇌는 하나이기 때문에 일과 개인의 삶을 완벽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뇌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세브란스, 즉 단절 시술이 개발된다.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이니가 아우티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완벽해 보이는 삶에도 균열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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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박상혁의 OTT 충천소] 애플TV ‘세블란스:단절’
# 회사원 김 과장은 퇴근 뒤에도 이어지는 업무 때문에 불만이 많다. 상사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집에서도 메일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주까지 제출할 보고서 때문에 침대에 누워도 업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 회사에서 워라벨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제발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김 과장이 아니라 평범한 아빠와 남편의 삶을 살고 싶다고.
# 하지만 회사도 김 과장한테 불만이 있다. 김 과장이 근무 시간에 회사 일에만 집중했다면 퇴근하고 일할 일도 없다. 인터넷 쇼핑을 하고, 주말에 놀러 갈 숙소를 예약한다. 포털 연예 뉴스를 읽고, 자리도 자주 비우면서 자처한 일이다. 김 과장! 당신의 워라벨이 중요하다면, 최소한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활동은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가.
# 서로에게 불만이 있는 김 과장과 회사를 위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하는 시간에는 일만 하면, 퇴근하고 회사 일에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하나이기 때문에 일과 개인의 삶을 완벽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뇌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세브란스, 즉 단절 시술이 개발된다. 이 시술을 받으면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 회사 밖의 기억이 사라지고, 퇴근하면 회사 안에서의 기억이 사라진다.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시술을 받는다.
이 충격적인 상상이 실현된 곳은 애플티브이(TV) 오리지널 미국드라마 <세브란스: 단절>(지난 2~4월 방영)에서다. 얼마 전 씨제이(CJ)가 인수한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의 작품이다. 미국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티브이(TV)어워즈에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주요 부문 5관왕을 차지했다.
드라마는 단절 수술을 받은 4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모두 매크로 데이터 정제팀에서 근무한다. 사람들은 회사 안에서 근무하는 나를 ‘이니’라고, 회사 밖에 사는 나를 ‘아우티’라고 부른다. 이니와 아우티는 동일 인물이지만 서로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회사에서는 친한 동료이지만 회사 밖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일하는 이니 덕분에 아우티는 돈을 벌고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서로에게 간섭받지 않는 각자의 삶에 만족한다. 하지만 이니가 아우티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완벽해 보이는 삶에도 균열이 일어난다.
소재부터 공간까지 모든 것이 신선한다. 이들이 다니는 회사 루먼은 모든 공간이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독특한 기하학적 모양으로 표현되는데, 완벽한 질서를 상징한다. 그 속에는 빅브러더의 감시망과 통제 시스템이 작동한다. 드라마 속 표현에 따르면, “죄수를 길들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풀려났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권력에 대한 은유와 비판이 가득하며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지만, 어느 순간 의식은 공간을 초월한다.
그렇다면 이니들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까?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이다. 모니터 속 많은 숫자를 살펴보면서 위험해 보이는 숫자를 고르거나 대형 컴퓨터로 물뿌리개를 분석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일까? 너무나 그럴 듯하고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마주하게 될 상황 같다. 마침 집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순간 나도 단절 시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도 소처럼 일할 나의 이니가 아무쪼록 힘내길 빌어본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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