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신경계질환 '뇌전증'③ "발작 시 대처법과 올바른 뇌전증 관리법"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질환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뇌전증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한 질환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요인과 자기관리 방법을 알아두면 질환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질환으로 인해 위축되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다.
지난 두 편에서는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강중구 원장(에이스신경과의원)과 함께 뇌전증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폈다. 마지막 편에서는 발작 시 대처법과 뇌전증 환자의 올바른 관리법에 대해 살펴본다.
Q.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증상은 위급한 상황인가요?
뇌전증 환자에서의 발작은 대부분 응급상황은 아닙니다. 발작 증상은 일반적으로 1~2분 후 끝나고, 다시 의식이 회복됩니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가 평소와 달리 여러 번 반복해서 발작하거나, 발작의 강도가 더 심한 경우, 발작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발작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약을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규칙적인 일상생활, 적절한 수면, 금주,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합니다.
Q.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발작 중 의식소실의 여부와 발작 강도에 따라 대처방법이 다릅니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전신대발작의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히고, 환자의 목과 머리 아래에 부드러운 것을 놓습니다. 이때 환자를 옆으로 눕혀 머리와 입이 바닥을 향하게 합니다. 침과 같은 입안 분비물을 입 밖으로 배출하고, 혀가 기도를 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넥타이를 매고 있다면 느슨하게 풀어주고, 꽉 끼는 옷을 느슨하게 해줍니다. 안경은 벗기되, 콘택트렌즈는 억지로 빼지 않아야 합니다. 렌즈를 제거하다 환자의 눈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환자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곁에서 발작의 지속시간과 환자의 상태를 차분히 관찰합니다. 환자를 강제로 잡거나 억제하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발작이 시작되면 타인이 어떤 노력을 해도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발작 중인 환자의 손발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주무르는 행동은 환자의 탈골이나 골절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억제하는 사람이 다칠 위험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발작이 멈출 때까지 침착하게 발작의 진행을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발작이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되면 주변 사람이나 119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발작 중과 발작 후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절대로 입안에 뭔가를 넣지 않습니다. 약, 드링크제도 안 됩니다. 발작 중에는 아무것도 삼킬 수 없고, 폐로 잘못 흡입되거나 질식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 입에 있는 것을 부수며 이가 부러질 수 있고, 넣는 사람의 손도 다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호흡을 잘하는지 확인합니다. ‘강직성 간대성 대발작’ 같은 심한 발작 동안에는 환자가 숨을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강직기 발작 동안 흉부 근육이 긴장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직기 발작이 끝나면 근육이 이완되며 호흡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발작 동안 심폐소생술 등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Q. 발작이 끝난 후에는 어떤 대처법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경련이 끝나면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계속 지켜봅니다. 이후 환자가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수 있게 합니다.
환자는 발작 후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쉽게 흥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움직임을 강제로 억제하지 않고, 의식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부드럽게 대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를 안전한 장소에서 있도록 합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걸으려고 하는 환자도 있는데, 이때는 강제로 억제하기보다는 안전하게 돌보면서 가급적 안전한 공간에서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증상 조절을 위해 뇌전증 환자가 지켜야 할 생활습관이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치의가 처방한 뇌전증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발작 증세가 잘 조절되지 않는 것은 '뇌전증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뇌전증의 경우 약을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시면 10명 중 7명에서는 증상이 조절되어 일상생활, 사회생활, 학교생활 등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약에 의한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부작용이나 불편함은 약을 조절하거나 바꾸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을 복용하면서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주치의에게 약과의 연관성을 상담해보고, 필요하면 약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주치의와 상담할 때는 약을 복용하면서 전조, 소발작, 대발작 등의 증상 여부 및 발생 횟수, 약을 복용하면서 부작용 발생 여부를 기록한 ‘뇌전증 일지’를 지참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약을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면서 동시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운동, 적절한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은 발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술, 지나친 과로, 수면부족, 심한 스트레스 등은 약을 잘 복용하더라도 뇌전증 발작 증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셔야 합니다.
Q.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수면부족은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유발요인입니다. 수면 부족은 대뇌피질세포의 흥분성을 증가시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랜 기간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밤을 새운 후 없던 발작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 병원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 뇌전증약으로 발작이 잘 조절되던 뇌전증 환자도 수면이 지나치게 부족해지면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뇌전증 환자는 육체적인 피로를 해소하고, 대뇌피질세포의 흥분성을 가라앉히기 위해 평소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나, 일반적으로 적정 수면시간은 하루 7~8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시간과 더불어 수면의 질도 매우 중요합니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 예를 들어 수면무호흡 등이 있다면 이를 꼭 치료해야 합니다.
Q.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 한 잔 술도 위험한가요?
술은 뇌전증 환자에게 부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술은 몸에서 발작을 막을 수 있는 `땜'의 높이를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뇌전증 환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술 자체가 발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즉, 술을 마신 후 술이 몸에서 분해되면서 발작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신 후 6~27시간 사이에 발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술은 뇌전증약의 혈중농도를 떨어트려 뇌전증약의 효과가 적절히 유지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셋째, 술을 마시면서 뇌전증약 복용을 게을리하거나 깜빡할 수 있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 몸이 피로해지면서 발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술은 발작 조절에 중요한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뇌전증 환자는 이와 같은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피치 못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에는 소량을 마셔야 하며 폭음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또한, 평소 복용하는 뇌전증약을 빼먹지 말고 규칙적으로 드셔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한 두잔 정도 소량의 술은 발작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드신다면 맥주 한 병, 와인 한잔, 소주 두잔, 작은 컵의 위스키 한잔 이하로 드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빈속에 마시지 않도록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좋으며 술을 마신 후에는 반드시 숙면을 취하셔야 합니다. 만약 이를 지켜도 경련 발작이 생긴다면,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도움이 되는 식단이나 영양제가 있을까요?
뇌전증에 도움되는 특정한 식단이나 음식은 없습니다. 음식의 종류보다는 ‘적절한 양과 규칙적인 식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면 자연스럽게 약물복용도 규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약물의 소화흡수도 안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부 뇌전증약은 장기 복용하는 경우 골대사에 영향을 주어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운동과 더불어 칼슘과 비타민 D를 보충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Q. 보호자의 경우, 환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과보호’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과보호의 문제점을 짚어주신다면?
뇌전증 환자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발작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고, 보호자는 그러한 환자를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자의 행동을 간섭하거나 제한하기도 하며, 혹시 유전에 의한 것일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를 필요 이상으로 과보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뇌전증 환자를 까다롭고 요구가 많은 개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과보호는 또래 혹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병을 핑계로 회피하고, 남에게 의존하며 어떠한 문제를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 7명은 약을 잘 복용하면 증상이 조절되어 무리 없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약을 복용해도 뇌전증 증상이 심하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다른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보호자나 주변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약으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환자는 약을 잘 복용하면서 일상생활을 자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증상이 잘 조절되는 대부분의 뇌전증 환자는 무조건 과보호 하지 말고 가급적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상황에 맞는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뇌전증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뇌전증이 완치되면 이후에 원하는 일을 시작해야지', '뇌전증 때문에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어'와 같은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없거나 소극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여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소극적으로 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의 7명에서는 약을 복용하는 동안 증상이 조절되어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 빼고는 건강한 사람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조절 되더라도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기 때문에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약을 복용하면서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생하는 그 짧은 순간을 빼고는 건강한 사람과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낙심하고, 스스로 위축되고, 패배적인 생각에 갇혀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면 이를 떨치고 더욱 노력하여 뇌전증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를 '옥에 티' 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길게는 역사 속에서, 그리고 현시대에도 뇌전증 환자지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많은 뇌전증 환자분들을 치료하여 왔는데, 뇌전증은 있지만 노력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왔습니다. 뇌전증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되고, 조절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환자분들 각자의 현실에서 노력하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강중구 원장 (에이스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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