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JYP, '걸그룹 명가' 타이틀 지키려면

홍혜민 입력 2022. 8.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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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원더걸스→트와이스 성공 속 '걸그룹 명가'로
있지·엔믹스, 대중성 대신 팬덤 집중 전략..장단은?
4세대 걸그룹으로 분류되는 JYP 소속 걸그룹 있지(왼쪽)와 엔믹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오랜 시간 국내 가요계에서 지켜온 '걸그룹 명가'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굵직한 성과를 남기며 걸그룹 시장에 지각 변동을 알리고 있는 4세대 걸그룹들의 약진과 JYP 소속 걸그룹들의 방향성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린 탓이다. 과연 JYP는 K팝 걸그룹 시장 속 굳건한 자신들의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까.

JYP가 K팝 신을 대표하는 걸그룹 명가로 명성을 시작한 것은 원더걸스 신드롬을 일으키면서부터였다. 당시 '텔미' '쏘 핫' '노바디'로 메가히트를 기록, 당대 K팝 걸그룹 전성시대를 견인했던 원더걸스의 성공은 JYP 걸그룹 계보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미쓰에이가 '베드 걸 굿 걸'과 '브리드'의 연타석 히트 속 성공 가도를 걸으며 JYP표 걸그룹의 성공 공식은 본격화 됐다.

이후 2015년 데뷔한 트와이스까지 국내외 시장을 무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JYP표 걸그룹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특히 트와이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전성기가 짧았다고 평가받는 원더걸스 미쓰에이와 달리 꾸준한 활동을 통해 팬덤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쥐는데 성공하며 롱런 행보를 이어오는데 성공했고, 여전히 K팝 3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맹활약 중이다.

여러 세대를 거쳐오면서 실패 없는 걸그룹 신화를 이어왔던 JYP였지만, K팝이 4세대 아이돌 시장에 접어들며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지난 2019년 데뷔한 있지(ITZY)와 엔믹스(NMIXX)가 그간 JYP표 걸그룹들이 보여준 행보와는 꽤나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2019년 데뷔한 있지의 경우 출발선은 기존 JYP표 걸그룹들과 유사했다. 팬덤과 대중성을 함께 겨냥한 데뷔곡 '달라달라'는 K팝 팬들은 물론 일반 리스너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다. 앞서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가 탄탄한 팬덤 만큼이나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가 뒷받침 됐기 때문인 만큼, 있지의 데뷔 전략 역시 선배 걸그룹들의 전철을 밟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있지는 '아이씨' '낫 샤이' '마.피.아. 인 더 모닝' 등 대중성보다는 팬덤에 초점을 맞춘 곡들로 노선을 바꿨다. 전략적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콘셉트 역시 변화했고, 일각에서는 이들의 변화가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4세대 아이돌 시장에서 대중성 대신 팬덤형 아이돌로 전략을 수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대중의 반응과는 별개로 있지는 매 앨범 판매량 및 차트 자체 신기록을 경신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있지가 최근 발매했던 새 앨범 '체크메이트'는 초동 47만 장 돌파, 약 90만 장 자체 최고 출고량 기록, '빌보드 200' 8위 진입이라는 기록들을 세웠다.

있지의 전략 수정이 빛을 발한 탓일까. 이후 데뷔한 엔믹스는 데뷔 직후부터 대중성 대신 팬덤에 집중한 노선을 택했다. 덕분에 치열한 4세대 걸그룹 경쟁 속 어느 정도의 팬덤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엔믹스의 음악과 콘셉트는 한층 더 난해하고 대중의 진입이 어렵다는 평가 속 호불호가 갈렸다.

물론 시대적 흐름과 K팝 신의 트렌드에 발맞춰 영리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것은 소속사로서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JYP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걸그룹 명가'라는 타이틀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기적 전략을 뛰어 넘는 무기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각 걸그룹들의 독보적인 대중성이었다.

JYP표 걸그룹들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도 탄탄한 팬덤을 이끌며 인기를 구가한 걸그룹들은 꽤나 많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JYP 걸그룹들이 자신들만의 '흥행 공식'을 만들 정도의 성공을 이끌어 낸 것은 결국 팬덤 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갖춘 걸그룹으로서 K팝 걸그룹 신의 한 축을 담당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 JYP가 과감하게 '대중성'이라는 무기를 내려놓고 팬덤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면, 이를 보완할 만한 또 다른 무기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과연 잃어버린 대중성 앞에서 흔들리는 JYP가 반등을 위해 가져올 새 무기는 무엇일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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