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인플레이션' 46번 말했다..뉴욕 주가는 3%대 폭락 [Market Watch]

김은정 기자 입력 2022. 8. 27. 08:01 수정 2022. 8. 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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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 미팅서 " 지금은 금리인상 멈출 때 아니다" 강조
매파적 입장 드러내 시장 급랭
침체 우려 커지며 달러화 강세 계속될듯
수출에도 비상..5개월 연속 무역적자 유력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오른쪽)과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왼쪽),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가운데)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도착했다./로이터

평화로운 시골마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6일(현지시각) 새로운 가이던스를 내놨다. 물가상승률이 2%로 잡힐 때까지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것. 물가가 슬슬 꺾이는 것도 같은데, 이제 정책 방향을 틀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 속에 그간 랠리를 펼쳐왔던 금융시장은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폭락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다우지수가 3.03%, S&P500이 3.37%, 나스닥 지수는 3.94% 각각 폭락했다.

◇”짧고 직접적으로 말하겠다…지금은 멈출 때가 아니다”

올해 세 차례(9월, 11월, 12월) FOMC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잭슨홀 미팅이 시작됐다. 제롬 파월 의장이 심포지엄 첫날 연설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또 앞으로의 금리 조절 여정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세계 금융시장이 숨죽이며 기다려왔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지금은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멈출 때가 아니다”라는 것. 그는 “높은 금리가 가계와 기업에 일정 부분 고통을 주겠지만, 물가안정 없이는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파월 발언 원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파월 의장은 “제 발언은 짧고, 주제가 좁고, 메시지는 더 직접적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확실히 말하겠으니, 오해하지 말고 들으라는 직설 화법이었다. 이때부터 뉴욕증시 그래프는 급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7월에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을 환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 한참 부족하다”면서 최근 시장에 퍼진 ‘파월 피봇(pivot·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연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이 장기중립금리여도 타이트한 고용시장 생각하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멈출 때가 아니다. 물가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동안 제한적인 정책이 요구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46차례 썼다.

그는 자신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 폴 볼커 의장도 ‘소환’했다. 그는 “1980년대 초 볼커 의장의 인플레이션 억제 성공은 앞서 15년간 물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실패한 뒤에야 나온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지금 단호하게 행동함으로써 그런 결과를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이 초고금리 정책을 써가며 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겨우 물가를 잡은 사례를 들면서,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시장은 그의 발언을 의심의 여지 없이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망설이지 않고 매도(sell) 버튼을 눌렀다.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닐 두타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물가를 잡기 위한) 과정에 고통이 없을 수 없다. 파월은 그 점에 대해 더욱 솔직해졌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올라갔다”고 내다봤다.

◇세계의 골칫거리, 유럽과 중국

미국이 금리인상 고삐를 계속 죄고,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커지면 경기침체 우려도 높아진다. 달러화도 당분간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요즘 달러에 대적해 살아남는 통화가 없지만, 유독 유로화와 위안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주 재차 패리티(parity·등가) 수준을 뚫고 내려가며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유럽 전역이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 그 정도가 더해가면서 경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쥐고 있는 러시아 가즈프롬은 이달 31일부터 사흘간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상태. 이 여파로 지난주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9월물 가격이 폭등했다. 1년 전 대비로는 10배 이상 뛴 수준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인 ‘노드스트림1’(사진)을 8월 31일부터 3일간 폐쇄한다고 밝히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신음하던 유럽의 물가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AFP연합

이미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는 37.2% 폭등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이번 가을 독일의 물가상승률이 10%를 넘겨 1951년 이후 70여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티뱅크는 내년 1분기 영국 물가상승률이 18.6%로 5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부동산 침체 위기 등으로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강하자, 중국 정부가 경제 안정 조치를 내놨다. 2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고속철도·수로·재생 에너지 시설 등 건설 프로젝트에 약 6조8000억 위안(약 1323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수백만 명의 구직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부 자금 이외에 은행 대출과 기업 자금까지 추가되면 인프라 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은 3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럽 물가폭등 진원지인 독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0.1%로 가까스로나마 플러스를 기록했고, IFO 기업체감지수도 시장 예상보다는 높은 88.5로 나오면서 우하향하던 유로화 가치 그래프는 일단 멈춰섰다. 위안화 약세 역시 당국의 긴급 정책발표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수출 한국에 드리운 그림자

한국경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현재로선 양호하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주요 수출 상대국들이 휘청이면서 우리 경제 앞날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1일에는 8월 무역수지 통계가 나온다. 일단 8월 20일까지 적자폭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이 3.9% 늘었지만 수입이 훨씬 많은 22.1% 늘어난 결과다.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가격 급등 여파가 계속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초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수출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뉴스1

8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가 얼마나 높아졌을지도 관심이다. 지난 7월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는데, 8월에는 이보다는 소폭 낮아졌을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개월여간 국제 유가가 큰 폭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불황 속 고용호조, 또는 고용 있는 침체(jobful recession)라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미국의 고용지표가 이제는 꺾이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2일 미국의 8월 실업률과 8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건수 등 통계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실업률은 여전히 전월과 같은 3.5% 수준일 걸로 보고 있지만, 신규고용은 전월치(52만8000건)보다 적은 30만건 정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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