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尹 대통령, 砒霜(비상) 삼키는 마음으로 이준석 품어야

강천석 고문 2022. 8. 2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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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명예 회복 지금이 最高點… 더 가면 잃는 것뿐
‘민주당 이재명’이 ‘이재명의 민주당’ 거느려 또 선거판 나라 불 보듯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정당이 내부 문제를 법원으로 들고 가 해결해달라는 것은 정치가 비정상이란 뜻이다. 정당의 생명은 자율성(自律性)이다. 자기 문제는 자기가 풀어야 한다. 자기 문제를 제 손으로 풀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뜻을 대행(代行)할 수 있겠는가. 가처분 소송에선 소송의 두 당사자를 채권자(債權者)와 채무자(債務者)로 나눠 부른다. 집권 여당이 이런 소송에 지도부의 생사를 거는 것 자체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 관련 소송에는 패자(敗者)만 있고 승자(勝者)가 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소송에 이겼으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태에서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쑥대밭이 됐다. 선거에서 승리한 지 5개월, 대통령이 취임해 집권 여당이 된 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윤핵관’이란 사람들이 얼마나 서툴게 일을 처리했는지가 낱낱이 적혀 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허술하게 했을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민주 체제에서 정당은 국민 뜻을 모아 국정 운영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특수단체다. 민주 국가들이 정당은 헌법기관이 아닌데도 정당법을 만들어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정당의 그런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결과를 가처분 소송 대상으로 삼지 않고 당선무효나 선거무효를 다투는 본안(本案) 소송으로만 해결토록 한 것도 국민의 정치의사 결정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에선 재판부가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정당이 나름 의사 결정 단계를 밟아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것을 ‘만들어진 비상상황’으로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異議)신청을 제출하고 여의치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하겠다는 법적 대응 수순을 밝혔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국민 보기 우세스러운 모습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과 이 대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되담을 수 없다는 말은 정치 바깥에서나 하는 말이다. 정치는 엎질러진 물을 몇 번이고 되담는 작업이다.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포기했다면, 또 이 대표가 명예회복과 재기(再起)의 가능성을 포기했다면 그래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법원 결정을 뒤집으면 국민 신뢰가 되살아날까. 당(黨)이 법(法)으로 이기려 들면, 이 대표도 다시 법으로 대들며 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집권당이 문을 닫는 사태와 다를 게 없다. 법원 결정이 또 한 번 유리하게 나온다고 이 대표 명예 회복이 더 굳어질까. 대통령과 당에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엔 ‘복수의 화신(化身)’이란 이름 하나 남게 된다. 이게 그의 정치적 재산이 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법적으로 더 이길 필요가 없다며 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 그를 비방해온 사람들은 발판을 잃는다. 윤리위의 징계 결정을 유지할 명분도 사라진다. 권력은 내놓지만 사람은 얻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이기지 않아야 지금 가진 것을 지킬 수 있다. 이겨서는 안 되는 측과 더 이기면 이미 얻은 것조차 잃게 될 측 사이에는 접점(接點)이 있다. 없다면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현 상황의 최대 정치적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당에는 나설 자격·나설 능력·나설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다. 이 대표 가슴에 든 멍 가운데는 대통령만이 풀어줄 수 있는 멍도 있다. 독(毒)한 마음 없이는 현재의 사태를 풀 수 없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단 하나의 욕심 말고는 모두 버리지 않고는 이 대표를 품기 어렵다. 독 중의 독이 비상(砒霜)이다. 비상을 삼키는 마음으로 이 대표를 품어야 한다. 대통령과 당과 이 대표가 함께 사는 방법은 그뿐이다.

대통령이 달라질 듯하다며 희망을 거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던 판이었다. 나라와 국제정세 어느 하나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거느리고 돌아온다. 선거가 끝나도 선거전은 끝나지 않는 나라가 돼 갈 조짐이다. 옛정(情)과 잔정(情)에 구애되선 안 된다. 독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바꾸고 비서실·내각·당을 크게 바꿔 대비(對備)를 새롭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새옹지마(塞翁之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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