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파업 문구'인데..도로 갈아엎고 "물어내라"

이한주 기자 2022. 8.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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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70억 원과 55억 원,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측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액수입니다. 파업 기간 동안 회사가 입은 손해를 물어내라면서 줄어든 영업 이익까지 다 포함시킨 건데요. 파업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이처럼 사측이 마음만 먹으면 이런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가 있습니다.

결국 또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이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0년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을 했던 KEC 노동자의 월급명세서입니다.

최저생계비를 150여만 원을 빼고 모두 압류됐습니다.

사측이 3백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이 30억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월급의 절반이 날아갔습니다.

사측은 조합원들에게 퇴사하면 손배 대상에서 빼주겠다고 회유했습니다.

결국 2백여 명이 사표를 냈고 노조는 와해 직전까지 갔습니다.

[김성훈/금속노조 KEC 지부장 : 손배액이 너무 크고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노동자들에게 다가오고 (사측이) 손배를 악용하기 때문에 손배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아사히 글라스입니다.

이 회사 노조원들이 지난 2019년 파업을 하면서 도로에 여러 가지 문구를 썼습니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화학 약품으로 쉽게 지워집니다.

하지만 사측은 도로를 갈아엎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 4명에게 5천2백만 원의 손배소를 냈습니다.

복구비용을 물어내라는 겁니다.

[차헌호/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지회 지부장 : 옆에 있는 차를 문 열다가 콕 찍었다고 해서 문만 수리하면 되는데 차를 통째로 바꿔달라는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2011년 유혈사태로까지 번졌던 유성기업 파업 당시 사측에서 활동한 창조컨설팅은, 소송 당자자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들까지 압박할 수 있다며 손배소를 노조와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렇게 수십년 째 손배소는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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