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가처분 인용..혼란에 빠진 與 "법원 부실 판단" "지도부 책임"(종합)

주호영 "엉덩이 아프다는데, 안 아프다고 하는 꼴"
하태경 "지도부 책임" 조해진 "정치적으로 풀어야"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공동취재) 2022.8.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노선웅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26일 받아들이면서 후속 대응을 놓고 당내 엇갈린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번 법원의 결정이 부실하고 정치적 판단이라며 반발한 반면에 이 전 대표를 옹호해온 의원들은 환영하면서 정치적 해법 모색을 촉구했다. 당권 도전을 준비해온 주자들은 말을 아끼며 사태를 관망했다.

당 지도부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은 이날 즉시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는 엉덩이가 아프다는데 제3자가 '당신 안 아파'라고 하는 꼴 아니냐"고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와 설전을 벌였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법원 판결의 핵심은 당헌에 '비상상황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비상상황을 전제로 비대위원장을 의결한 것이 절차 위반이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면 상임전국위 소집과 전국위 의결을 통해 '비상상황 규정'을 당헌에 포함시키면 된다"며 "이후 당헌에 근거해 비상상황 규정을 충족시키고 비대위원장을 의결하면 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하자가 치유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이었던 하태경 의원과 김웅 의원은 법원이 정당 민주주의를 지켜줬다며 법원 판결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썼다.

그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최근 한 달여 간 당이 진행시킨 일들이 정당민주주의에 위반된다는 법원의 지적이 매섭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이 전 대표 해임을 반대하는 당원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단채채팅방에 "이번에는 법원이 정당 민주주의를 지켜줬다"고 올렸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며 마지막까지 최고위에서 사퇴하지 않았던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판단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썼다. 국바세 대표를 맡은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사필귀정"이라며 "이준석 대표 권리침해를 인정했고,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인 당원주권원리도 설시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 의원과 함께 비대위 전환에 반발했던 조해진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법원 결정이 부실하기 때문에 당에서 공식적으로 항고를 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결국 처음 이야기한 대로 이 대표와의 문제를 진취적으로 풀어야 한다. 핵심은 당 대표직을 자동해임이 아닌 1월9일 이후 다시 복귀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당권 주자인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이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도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