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에 화들짝, 與野 방미단 항의했지만..美 "해결책 없다"

방미단, 美 정부에 "인플레 감축법 '뒤통수'" 유감 표명

(시사저널=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여야 방미단이 2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한 여야 의원들이 미 정부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에 따른 한국 업계 피해 가능성에 강력한 우려·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김석기·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김한정·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여야 방미단은 25일(현지 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를 두루 만나 인플레 감축법 통과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규정 문제에 대한 국내의 우려 목소리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부의장은 인플레 감축법에 대해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105억 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 미국에서 이런 조치가 나오니 한국 국민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어 "현대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2025년 준공되니, 그때까지 이 법안 적용을 유예할 수 없느냐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한·미가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 동맹으로 나아가고, 세계 공급망 협력 등이 강조되는 마당에 이런 차별적인 미국의 조치가 발효되고 현실화되는 것에 거듭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여야 방미단의 이같은 우려에 미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우려와 분노를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자들은 "당장 해결책은 없다"며 "행정부는 의회를 통제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단은 지난 21일 미국에 도착한 이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차관, 정 박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등을 만났다.

미 의회는 앞서 이달 초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 바이든 행정부의 숙원 과제를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처리한 바 있다. 특히 이 법에는 미국에서 조립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자동차 업체들에게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고자 하고 있지만,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장은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방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삼각동맹 복원 차원에서 미 국무부가 한·일 의원단을 동시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함께 미국을 방문한 일본 의원단은 대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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