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비대위 설치할 정도 '비상상황' 아냐"

이홍근 기자 2022. 8. 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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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일부가 지도체제 전환 위해 비상상황 조성"
"6개월 당원권 정지 '궐위' 아냐" 이준석 주장 인용
"정당민주주의 침해 행위"..이준석 손 들어준 법원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26일 법원이 인용했다. 법원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면서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전 대표에게 내려진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당대표 궐위 상황으로 볼 수 없는 데도 일부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전환을 인위적으로 추진했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전날부터 현 정부 출범 후 첫 1박2일 연찬회를 가진 국민의힘은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돼도 이준석이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 요건인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 당대표 또 는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위 기능을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일부 지도부가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최고위 의결부터 이 사건 전국위 의결까지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당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6개월 당원권 정지가 ‘궐위’가 아닌 ‘사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이 전 대표 주장도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상임전국위 의결에서 들고 있는 사유인 ‘당대표 6개월간 사고’는 직무수행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해 당대표 궐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대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을 대표하는 의사결정에 지장이 없으므로 당대표 궐위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사퇴 의사 표명도 최고위 기능 상실에 준하는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간주했다. 남은 최고위원들로도 최고위를 운영할 수 있고, 8월2일 남은 4명의 최고위원들로도 의결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고위원의 사퇴로 최고위가 정원 9명의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게 돼도 당헌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전국위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표명한 최고위원은 4명이므로 전국위에서 1명만 선출하면 위 사유가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채무자 적격이 없다”고 각하했다. 이번 사건은 이 전 대표의 지위에 관한 것인데, 가처분은 채권자인 이 전 대표와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채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법원 결정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 판결”이라면서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이 가결되자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가처분 심리가 끝난 뒤 “지금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고 하는 상황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사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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