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강남역 침수 사태 보도는 왜 경고로만 끝났을까
[2022 저널리즘의 미래] NYT·가디언 등 세계적 언론사 도입한 '솔루션 저널리즘'에 주목해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12년 서울 강남역 침수 사태 당시 언론은 앞다퉈 침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2022년 강남역은 또다시 물에 잠겼다. 10년 전 보도들은 왜 이를 막지 못했을까.

25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2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가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열렸다. 이날 '비판적 사고와 협력,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천적 대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규원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SJN) 연구원은 '지속되지 않는' 보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2013년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 언론인 3명이 설립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전 세계 500개 이상의 뉴스 조직과 약 2만 명의 언론인과 작업해왔다.
10년 전 강남역 침수 사건 당시 제기된 문제점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반이 낮아 물이 고일 수밖에 없는 강남역, 비를 흡수하지 못하는 빌딩 지형 등을 원인으로 삼은 보도가 이어졌다. 2022년 한국 언론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 연구원은 “중요 사건이 하나 발생하면 각종 언론사들이 달려들어 기사를 쓴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침묵한다. 새로운 이슈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독자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대응, 개선점들이 있었는지 대체로 전달받지 못한다. 결국 부정적인 스트레스만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생한 사건을 따라가는 보도 양상이 국내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GDELT(Global Database of Events, Language and Tone)에 따르면 총기 사건, 자연재해 등 중요 사건에 대한 CNN, CNBC 등 주요 외신의 보도는 사건 발생 초기에 집중됐다. 사건이 발생일 기준의 보도량은 5일 째부터 감소세를 보였고, 15일 째엔 '0회'에 이르렀다.
차이점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미국 클리블랜드 지역지 플레인딜러(Plain Dealer)의 '납 중독' 기획 기사는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플레인딜러는 '문제해결의 과정'에 집중했다. 문제 중심 보도가 아니라, 관련 문제에 잘 대응하고 있는 도시를 찾았다. 그 결과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가 납 중독을 80% 정도 줄인 것을 발견했고, 두 도시의 대응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한 기사를 내놨다. 보도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졌고 클리블랜드 고위 보건 담당자 일부는 자진 사퇴했다. 납 성분 검출을 담당하는 공무원 인력은 기존 3명에서 7명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보도를 대하는 독자의 태도에도 변화를 미쳤다. 미국 시애틀타임스(Seattle Times)가 이를 도입한 뒤 독자 62%가 '기사로 인해 내 사고방식의 변화가 생겼다'고 응답했다. 현장 관계자들의 84%는 기사를 '남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 지역지 니스마탱(nice-matin)은 솔루션저널리즘 이후 구독자가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모든 보도가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이 연구원의 관점이다. 문제를 이미 잘 알고 있을 때 문제를 더 자극적으로 알리는 방식의 보도가 아니라, 어디서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는지 해결 과정에 접근하는 방식이 “불신 가득한 저널리즘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실현이다. 발표 이후 라운드 테이블에서 '현장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느냐'(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질문에 이 연구원은 세 가지 조건을 꼽았다. △경력 3~7년차 기자들의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대 형성 △데스크의 지지 △아이디어가 막힐 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며 '보도 근육' 키우기 등이다. 이를 위해선 “뉴스룸 차원의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국내 언론사 중에선 KBS, YTN, MBN, 한국일보 등이 '솔루션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보도를 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이 연구원은 “해외에선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유력지와 지역지부터 기자 수가 10명 이하인 영세 독립언론까지 솔루션 저널리즘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미 솔루션 저널리즘은 전 세계에서 고민하고 있는 주제다. 예정된 변화를 어떻게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이 숙제”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이 2015년부터 매년 8월 개최하고 있는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는 올해 '저널리즘 업그레이드: 냉소와 좌절을 넘어, 해법과 대안으로'를 주제로 마련됐다. 25일, 26일 이틀간 32명의 미디어 분야 현업인, 전문가들이 다양한 현장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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