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기준금리 인상.. 물가 단속 위해 더 오른다 [한강로경제브리핑]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인상했다. 최근 1년 만에 기준금리가 2.00%포인트 오른 셈이다. 고물가의 고착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5%대로 높여 잡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더 시급한 ‘물가 잡기’에 중심을 두려는 통화당국의 정책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물가가 많이 오르며 추석 차례상차림 비용도 처음으로 30만원을 넘어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오른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총 2.00%포인트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 뛰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일반인의 1년 후 물가 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를 기록했다. 전월(4.7%)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4%대라는 점에서 우려를 거두기 힘들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5월 발표보다 0.7%포인트 오른 5.2%로 제시했다. 연간 전망치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9.0%) 이후 최고치다. 전망대로 올해 5%대 상승률이 실현되면, 이 또한 1998년(7.5%)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런 물가 고공행진 기류는 빠르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반기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4.6%에서 하반기 5.9%로 올랐다가 내년 상반기 4.6%를 지나 하반기 정도 돼야 2.9%로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 정점의 경우 지난달 예상했던 ‘3분기 말∼4분기 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 유가가 큰 폭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정점은 7월 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점을 지난 후 (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7%에서 2.6%로 수정했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유럽 성장률 1∼2%포인트 하락 가능성,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등에 따른 중국 경제 불확실성을 주요 경제 하방 요인으로 반영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 흐름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로 전망했다. 5∼6%대 고물가 고착 상황을 막기 위한 한은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에도 여전히 경기침체 우려보다 물가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한 기본적으로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는 게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를 운영해 나가는 데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지난 5월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 상향됐다. 한은 소비자물가 연간 전망치로는 1998년(9.0%)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6%를 넘어섰고,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대면 소비를 중심으로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자물가 역시 7개월 연속 오름세다.
물가와 함께 한·미 금리 차도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이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2.50%)과 상단이 같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다음 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 또다시 뒤집힐 전망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3분기 말∼4분기 초로 예상했던) 물가 정점이 당겨지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5∼6%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두 차례(10·11월) 금통위에서 또다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를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는 만큼 남은 금통위 중 한 번쯤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날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6%로, 내년 성장률은 2.4%에서 2.1%로 낮췄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전 세계 성장률이 낮아지는데 우리만 높게 유지되는 것은 무리고 2.1%를 달성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표”라며 “잠재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0%에서 2.50%로 2.00%포인트 뛰었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7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에 따르면 2.00%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000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하락장 초입에 들어선 부동산시장도 본격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상대로 한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한 증시는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9.81포인트(1.22%) 오른 2477.26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6.9원 내린 달러당 13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정책을 펴는 데 있어 환율의 수준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국내 경제의 영향을 우선 고려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해서도 유동성이나 신용도에 기인한 것이 아닌 글로벌 공통 상황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2.25%→2.50%) 결정에 환율 변동성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한은의 입장에서는 환율의 수준 자체보다는 통화가치 절하에 이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이는 환율이 오르면 중간재 수입이 많은 기업의 고충이 심해져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하는 가격변수의 우려”라고 답했다.
현재의 환율 상승 국면에 대해 외환시장의 유동성 문제나 국가 신용도 문제, 외환보유액 부족 문제 등이 거론되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반복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 관해서는 “예전과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7년, 2008년과 비교하면 우리가 채무국이 아닌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에 이은 물가를 더 걱정할 때”라고 부연했다.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하는 영국, 유로존, 캐나다 등도 모두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통화스와프가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도 위험 등에 대한 대비는 될지 모르지만, 전 세계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고 외환시장의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건 맞지만,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은 상황으로 생각하는 것은 공연히 스스로 위축시키거나 불필요한 위험을 조장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추석 차례상차림 비용 30만원 넘어서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평균 31만8045원이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6.8%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4일 전국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성수품 2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aT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평균 3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2만241원 늘어난 수준이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경우 27만2171원, 대형유통업체를 이용하면 36만3920원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7%, 6.6% 오른 것이다.
품목별로는 올해 여름 폭염이 지속된 가운데 유례없는 폭우까지 겹치면서 시금치, 무, 배추 등 채소류의 가격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추석이 평년보다 빨라 과일 생육이 부진한 탓에 사과 등 과일 가격도 올랐다.
원룟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밀가루, 두부, 다식 등 가공식품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올랐으나 쌀, 깨, 조기는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이라 가격이 하락했다.
정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체감물가를 완화하기 위해 주요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확대해 공급하고 국산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에는 추석 성수기 공급물량의 40%를 시장에 공급해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aT 관계자는 “할인 한도가 1인당 2만∼3만원인 할인쿠폰을 이용하고 유통업계의 각종 할인 혜택을 활용하면 지난해 비용 수준으로 성수품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귀속 정기분 근로·자녀장려금 26일 지급
국세청이 코로나19 사태와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귀속 정기분 근로·자녀장려금을 법정 지급기한(9월 말)보다 한 달여 앞당겨 지급한다.
국세청은 26일 2021년 귀속 정기분 근로·자녀장려금을 291만가구에 총 2조8604억원 지급한다고 25일 밝혔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상반기분, 하반기분, 정기분 등 귀속연도당 3회 지급한다. 이번에 지급하는 것은 지난 5월 신청을 받은 정기분이다. 지난해까지는 8월에 정기분과 반기 정산분을 함께 지급했으나, 올해부터는 세법 개정으로 반기 정산분을 6월에 정산·지급했기 때문에 8월에는 정기분만 지급한다.
국세청은 정기분 장려금 신청자의 요건을 심사해 결정통지서를 모바일, 우편으로 발송했다. 신청인이 계좌를 미리 신고한 경우 26일 해당 계좌로 입금된다.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국세환급금통지서와 신분증을 지참하고 우체국에 방문해 수령하면 된다. 지난 5월에 지난해 귀속 장려금을 신청하지 못했다면 오는 11월30일까지 홈택스·손택스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심사를 통해 지급 대상자로 확인되면 신청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장려금을 받게 된다.
이번에 지급하는 정기분에 지난해 12월 및 올해 6월 지급한 반기분 장려금 2조256억원을 더하면 지난해 귀속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은 489만가구, 총 4조8860억원 규모다. 이는 2020년 귀속분 487만가구, 총 4조9845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귀속분 장려금의 가구당 평균 지급액은 110만원이다. 근로장려금은 102만원, 자녀장려금은 86만원으로 집계됐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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