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놀아주던 쌍둥이 언니들 덕에 어릴 때부터 원맨쇼·상황극 익숙"




■ M 인터뷰 - 주기자 · 동그라미… 인생 캐릭터 만든 주현영
#인생 캐릭터 1 ‘주기자’
대선인터뷰 때 ‘난 미쳤다’ 세뇌
인터뷰 끝나면 뒷걸음질 줄행랑
#인생 캐릭터 2 ‘동그라미’
감독님이 ‘뭘 해도 괜찮다’ 독려
제 성격과는 180도 다르게 연기
#내 인생 바꾼 가수 ‘수지’
수지 보고 서울공연예술고 진학
쌍둥이 언니들 부모님 설득해 줘
기세가 대단하다.‘SNL코리아 시즌2’의 인턴 기자 ‘주 기자’로 신드롬을 일으킨 데 이어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동그라미’까지. 데뷔한 지 3년 만에 인생 캐릭터 두 개를 선보이며 대세로 떠오른 배우 주현영(27) 이야기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주현영을 만났다. 요즘 유행하는 MBTI식 첫인상 판별법으로 보자면 주현영의 첫인상은 ‘극 I형’의 사람이었다. 실제 그의 MBTI도 ‘ISFP’라고 한다. 주현영은 질문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단어를 세심하게 선택해 답했다. 무엇보다 차분했다.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주 기자’나 ‘똘끼’ 충만한 ‘동그라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람이 그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걱정 인형’ 주현영이 연기한 정반대 캐릭터 ‘동그라미’
주현영이 연기한 ‘우영우’ 속 ‘동그라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캐릭터다. 학교 방송실에서 노래를 틀어 춤을 추고, 우영우를 괴롭히는 학생의 뒤통수를 때린 뒤 “어머, 미안”이라며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주현영 본래 성격과는 180도 다른 연기였다.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동그라미가 극에 활력을 주는 재미있는 역할이다 보니 ‘내가 살려야 한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늘 있었어요.”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챈 큰아버지의 폭력을 유도하기 위해 제사상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장면을 앞두고는 잠도 못 잤다고 한다. “원래도 걱정과 불안이 많은 성격인데 너무 걱정돼서 전날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촬영장에서도 내내 심호흡을 했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뭘 해도 괜찮다’고 확신을 주셨고 용기를 북돋워 주셨죠. 그 장면을 간신히 해낸 후 ‘와, 해냈다’라는 생각이 컸어요.”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우영우와 동그라미가 만날 때마다 하는 독특한 ‘인사법’도 화제가 됐다. 이 인사법의 개발자가 바로 주현영이다. 원래 대본에는 ‘우영우영우’ ‘동동동그라미’로만 쓰여 있었는데 여기에 빅뱅의 ‘마지막 인사’ 리듬과 힙합식 제스처를 넣어 만들었다. “인사법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심지어 저는 마치 숙제하는 기분으로 그 인사법을 만들었고 박은빈 선배님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외국 분들까지 이 인사법을 따라 해 주시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나는 미쳤다” 세뇌하며 천연덕스럽게 연기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은 ‘주 기자’를 보고 주현영을 캐스팅했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주 기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주 기자’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탓이다. 맞다. 주현영은 ‘인턴기자 주현영’으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현영은 아직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으로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상을 받았던 때나 ‘우영우’로 대박을 터뜨린 지금이 아닌, ‘SNL’ 오프닝을 꼽는다. “SNL 오프닝에서 강수진 성우님이 크루 이름들을 외치잖아요. 제 이름을 불렀을 때 온몸이 떨릴 정도로 짜릿했고 가슴이 뛰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주 기자’의 원래 콘셉트는 정당 대표였다. 대통령 선거 시즌이 시작되자 대선 후보들을 패러디해보자는 제작진의 의견이 있었고 주현영도 시도했으나 잘 안 돼 ‘차라리 내가 만들어 보자’ 싶어 젊은 정당 대표 콘셉트를 만들었단다. 제작진과의 상의 끝에 콘셉트는 기자로 바뀌었다.
‘주 기자’ 코너는 공개된 직후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의욕에 가득 찬 동그란 눈과 긴장으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당황했지만 티는 내지 않으려는 어색한 시선 처리 등 디테일을 살린 그의 연기에 대중은 열광했다. 주현영이 가장 많이 참고한 건 ‘대학토론배틀’. 특히 당황했을 때 당황한 척하지 않으려 하는 표정이나 제스처를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원래 몇 명이라도 이 캐릭터에 공감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공감과 사랑을 받아 감사했어요. 많은 분이 주 기자를 통해 자신의 현재 또는 과거를 떠올리셨던 것 같아요.”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 기자가 간다’ 코너를 통해 지난 대선 후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도 했다. 윤석열 당시 후보의 말이 길어지자 “그래서 어떻게…?” “조금 간략하게 말해달라”고 말을 끊기도 하고, 실제 젊은 시청자들이 정치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지을 법한 표정을 보여주며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후보들과의 인터뷰에 앞서 “나는 미쳤다” “주현영이 아니다”를 읊조리며 스스로를 세뇌했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거의 뒷걸음질 치며 촬영장 밖으로 도망쳤다.
◇얄미운 배우… ‘수지’가 바꾼 인생
이쯤 되니 주현영은 참 얄미운 배우라고 느껴진다. ‘떨린다’ ‘긴장된다’고 말하면서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맡은 역할을 착착 잘해낸다. 마치 하루 종일 학교에서 잠만 자는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친구를 보는 느낌이랄까.
주현영의 연기 비결이 궁금했다. 차분한 성격에 어떻게 그렇게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작은 디테일들을 다 살려 연기해낼까. “평상시에 관찰을 많이 하느냐, 연구를 많이 하느냐 여쭤보시는데 부끄럽습니다. 연구를 하기 보다 어떤 게 재미있으면 그거에 꽂히는 편이에요. 재미있어서 혼자 곱씹다 보니 그 안에서 발전하고, 결국 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거예요. 일본 여가수가 우리 가요를 부르는 개인기나 학교 일진을 흉내 낸 연기 모두 그렇게 탄생한 것들이에요.”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관찰카메라가 있다는 상상을 하며 논다는 주현영. 그에겐 7살 터울의 쌍둥이 언니들이 있다. 주현영은 언니들 덕분에 상황극을 어린 시절부터 하곤 했다고. “언니들이 저랑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잘 안 놀아줬어요. 그래서 혼자 인형들을 앞에 깔고 원맨쇼를 하며 놀았어요. 선생님도 따라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하하.”
피아노를 배우던 주현영이 연기로 방향을 틀 때 든든한 힘이 돼준 것도 이 언니들이다. “반복적으로 똑같은 것을 연습하는 게 재미없고 지루했어요. 진로를 고민하던 중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홍보 팸플릿을 우연히 봤고, 팸플릿에 나온 수지 선배님 사진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에 지원했어요. 부모님께 말씀도 안 드리고 시험을 쳤고 덜컥 붙었어요. 부모님은 반대하셨는데 그때 언니들이 ‘현영이는 끼가 있다. 믿어보자’고 부모님을 설득해 줬어요.”
‘주 기자’와 ‘동그라미’로 2연타 홈런을 친 배우 주현영. 그에겐 이제 주 기자와 동그라미가 보이지 않는 새로운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학교에서 ‘배우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직업의식을 갖고 매번 다른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고 배웠어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제 임무이자 의무라고 생각해요. 부담은 되지만 그것을 오기로 바꿔 잘 해내려고 합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주현영의 모습, 기대해주세요.”
■주현영의 차기작은
시트콤 ‘복학생’·드라마 ‘연예인 매니저’·영화 ‘2시의 데이트’… 쉼없이 달린다
‘주 기자’와 ‘동그라미’로 인생 캐릭터를 만든 배우 주현영은 곧 다른 작품들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쿠팡플레이 시트콤 ‘복학생: 학점은 A지만 사랑은 F입니다’(복학생),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영화 ‘2시의 데이트’ 등 세 작품에서 주현영은 다양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복학생’은 20학번 ‘권혁수’와 22학번 신입생 ‘주현영’의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코믹 멜로로, ‘SNL코리아 시즌2’의 인기 코너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가 시리즈로 재탄생한 것이다. “내 심장 집도의 권혁수 닥터, 사랑해” “주현영 중간고사, F” 등 특유의 B급 감성 ‘킹 받는’ 대사들이 재미를 유발할 예정이다. ‘킹받다’는 ‘열받다’에 ‘왕’을 뜻하는 ‘킹’(King)을 붙여 만든 신조어. 주현영은 “감독님도 ‘조금 더 킹받게 해달라’고 주문하셨다”며 “‘킹’으로 점철된, ‘킹’ 그 자체의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는 신입 매니저 소현주 역을 맡아 성장 이야기를 그려갈 예정이다. 오는 11월 방영되는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연예 매니지먼트사 ‘메쏘드 엔터’를 배경으로 최고의 스타를 만들기 위한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연출을 맡았던 백승룡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서진, 곽선영, 서현우 등이 출연한다.
임윤아, 안보현 주연의 영화 ‘2시의 데이트’는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 작품으로, 모두가 잠든 새벽 2시 상상초월 비밀을 가진 아랫집 여자와 동네 대표 백수 윗집 남자가 만나 기상천외한 데이트를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주현영은 감이 좋고 촉이 빠른 임윤아의 사촌 정아라 역을 맡았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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