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낙폭 10년만에 최대

진중언 기자 2022. 8. 26.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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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0.14%, 수도권 급락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10년만에 최대 폭 하락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몰리는 수원 영통구 등 전세 급락세

수도권 아파트 값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실종됐고, 거래가 끊긴 시장에 매물만 계속 쌓이며 가격 내림세를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전세 시장도 동반 위축돼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지연 논란으로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추가 금리 인상 등 우려로 서울 아파트값은 13주 연속 하락하고, 낙폭도 3년5개월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2022.8.25/연합뉴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값은 일주일 전보다 0.14% 내렸다. 2012년 8월 첫 주 조사(-0.14%)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 인천(-0.26%)과 경기도(-0.2%)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 값이 속절없이 내리면서 전국 하락 폭이 커졌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값은 0.18% 내렸는데, 2013년 1월 둘째 주(-0.19%)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서울(-0.11%)에선 2주 연속 25구(區) 아파트 값이 일제히 내렸는데,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 지역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0.18%)은 부동산원이 주간 단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리는 수원 영통구(-0.59%), 인천 중구(-0.49%), 의정부시(-0.48%) 등에서 급락세를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 인상 충격으로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며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오른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대세 하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은 금리 상승이다.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감하면서 ‘거래 절벽’이 장기화하고, 매도가 급한 집주인이 경쟁적으로 호가를 내리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전세 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이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셋값 하락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 것도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되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거래 실종과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20·30대가 ‘영끌’로 집을 사들일 유인이 없어져 집값과 전셋값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25구(區) 중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내린 노원(-0.23%)·도봉(-0.22%)·성북구(-0.21%)는 최근 1~2년 사이 젊은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지역이다.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 폭이 커진 데엔 지난 16일 발표한 정부의 ‘270만호 주택 공급 대책’도 영향을 미쳤다. ‘재정비 공약 지연 논란’이 불거진 1기 신도시에선 이른 시일 내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는 일주일 사이 아파트 값 하락세가 -0.07%에서 -0.13%로 커졌고,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도 낙폭이 2배(-0.06%→-0.12%)로 확대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 빠져 노후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시세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세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서울은 거래량 자체가 너무 적어 하락장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경기·인천은 작년에 아파트 값이 과도하게 오른 탓에 최근 낙폭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25일까지 집계한 7월 아파트 매매 거래는 628건으로 작년 7월(4679건)보다 8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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