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탄소 감축.. '잃어버린 1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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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기어이 밤잠을 줄여가며 빠져든 드라마가 있다.
중도 성향인 신민당 소속의 비르기트 뉘보르 외무장관은 "덴마크는 2050년까지 석유 생산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그때쯤엔 탄소중립을 이뤄야죠"라며 그린란드 유전 개발을 반대한다.
미국은 탄소 감축도 '동맹과 끼리끼리 하겠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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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기어이 밤잠을 줄여가며 빠져든 드라마가 있다. 6월 공개된 ‘비르기트: 왕국, 권력, 영광’이라는 덴마크 정치 드라마다. 이야기는 그린란드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중도 성향인 신민당 소속의 비르기트 뉘보르 외무장관은 “덴마크는 2050년까지 석유 생산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그때쯤엔 탄소중립을 이뤄야죠”라며 그린란드 유전 개발을 반대한다. 하지만 유전의 잠재적 가치가 2조크로네(약 35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고민이 깊어진다. 총리는 핵심 각료들을 모으고, 재무장관으로 보이는 한 인물이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는 눈앞의 이득을 우선 챙길 것인가, 미래를 위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할 것인가를 둘러싼 팽팽한 갈등, 그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비르기트, 그리고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패권 다툼까지 그리며 숨 가쁘게 흘러간다. 드라마에서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 것도 뜻밖이었지만, 거룩하게 들리는 이 단어를 술수 가득한 정치와 냉혹한 국제관계에 버무려 ‘지금 우리의 문제’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다.
드라마와 현실 세계가 같지야 않겠지만,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보면 둘의 거리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은 사실상 기후대응법이라 불러야 마땅할 이 법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미 의회예산처는 IRA가 물가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두고 여러 설이 나오는데 지난해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IRA의 전신 격인 ‘더 나은 재건법’을 두고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것”이라며 반대하자 맞불 놓기식으로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미국은 탄소 감축도 ‘동맹과 끼리끼리 하겠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전기차 세액 공제를 해준다면서 ‘북미 안에서 최종 조립할 것’이라거나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배터리 광물을 특정 비율 이상 조달할 것’이라는 단서를 단 게 대표적이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도 놓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 법을 통해 2030년 10억t을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그럼 2005년 대비 약 40%를 줄이게 되는 셈이다. 미국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인 50∼52%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 정책 수단(BAU)으로 감축할 수 있는 양(24∼30%)보다는 많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해 10월 2030년 NDC를 상향 발표한 뒤 우리의 탄소중립 시계는 멈췄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최근에야 민간위원장을 선임했고, 민간위원은 아직 구성도 안 됐다. 내년 3월에야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나올텐데 그럼 1년 반을 제자리걸음 하는 셈이다.
NDC 달성이 어렵다는 푸념은 가득한데 이를 검증한 정량 데이터는 없고, 당연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도 모른다. 세계는 지금 이 순간도 달려가는데 우리는 잃어버린 1년 반을 어떻게 따라갈 지 걱정이 앞선다.
윤지로 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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