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스티븐 킹의 연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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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을 보면 서두에 자기 집안의 연장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스티븐 킹이 책의 서두에 집안의 연장통 이야기를 꺼낸 것은 글쓰기에도 이런 연장들과 도구들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이 말한 글쓰기의 연장통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연장통의 가장 높은 곳에는 어휘가 들어있고, 그 다음에 문법이나 어법이 들어 있다.
스티븐 킹의 연장통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적은 수동태와 부사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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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말한 글쓰기의 연장통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연장통의 가장 높은 곳에는 어휘가 들어있고, 그 다음에 문법이나 어법이 들어 있다. 다음으로 문체나 문단에 관한 인식도 들어 있다. 먼저 어휘나 문법에 관한 그의 설명에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복잡하고 어려운 어휘보다 평이하고 쉬운 어휘를 쓰라는 충고가 그렇다. 그는 ‘평발’이라는 말을 두고 굳이 ‘편평족’이라고 쓰지는 말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스티븐 킹은 문법도 강조했다. 문법은 꼭 학습해야 할 사항은 아니지만 문법을 모르면 형편없는 문장을 쓰더라도 교정할 수 없게 된다. 좋은 문장을 쓸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문법을 따지면서 쓰는 편이 낫다.
스티븐 킹의 연장통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적은 수동태와 부사에 관한 것이다. 영어권이 수동태에 대체로 관대하지만 스티븐 킹은 이와 달리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수동태는 자기 말에 책임지지 못할 작가들의 창조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부사 사용에 관해서도 경멸에 가까운 비판을 심심찮게 한다. 필자들은 자기 표현에 자신감이 없을 때 부사를 남발한다. “제발 용서해줘, 그는 비굴하고 애처롭게 말했다”라는 말에서 부사 ‘비굴하게’나 ‘애처롭게’를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 이미 제발 용서해 달라는 표현 속에 그런 의미가 들어가 있다.
나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끔 나의 연장통을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는 어떤 연장통이 있는지, 그 속의 연장들이 튼튼하고 견실한지 하나씩 살펴본다. 연장이 부족하다면 이를 보충할 방법은 없을까? 좋은 연장을 갖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세상의 연장과 달리 글쓰기의 연장은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전체적인 감각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이런 연장들을 감각적으로 익혀두는 것이 좋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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