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자녀를 키우는 것,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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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크 루소는 자신의 자녀 5명 전부를 고아원에 맡겼다.
"우리 부모님은 명성과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에 심하게 의존했다. 닐의 출생이 가져온 위기에 부모님이 그렇게 취약했던 것은 남들에게 존경받는 느낌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스물한 살에 닐이 죽자 에릭슨은 자녀들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제의 화장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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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스스로 믿고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해야
로이 리처드 그린커가 쓴 ‘정상은 없다’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리학이나 교육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에릭 에릭슨의 숨겨진 개인사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그는 인간의 정상적인 8단계 심리사회발달이론의 창시자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1930년대부터 정신분석가로 활동했으며, 캘리포니아대, 예일대, 그리고 하버드대 교수로 1970년에 퇴직할 때까지 아동발달을 연구했다. ‘간디의 진실’이라는 책으로 퓰리처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런 성취들 덕택에 대중적으로도 유명 인사가 되었다.
에릭슨에게는 자녀가 네 명 있었다. 마흔두 살에 얻은 늦둥이 닐이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자 그는 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시설에 보내 버렸다. 신체적 기형과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자기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닐의 출생으로 인해 정상 발달과 건강한 가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쌓아온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가 손상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시절 다운증후군 아동의 부모들이 흔히 느꼈던 수치심으로부터 심리학 대가마저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자녀에게 정직하라고 부모들을 가르쳤던 에릭슨은 막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자기 자식들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나중에 그의 딸은 부모를 회상하며 쓴 책 ‘명성의 그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명성과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에 심하게 의존했다. 닐의 출생이 가져온 위기에 부모님이 그렇게 취약했던 것은 남들에게 존경받는 느낌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스물한 살에 닐이 죽자 에릭슨은 자녀들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제의 화장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자녀를 키운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라고 다르지 않다. 이름난 사람이라고 해서 더 잘 할 거라고 믿어선 안 된다. 심리학이나 교육학 권위자 중에 자기 자식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키운 이도 존재하겠지만, 전문 지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쉽게 그렇게 될 리는 없다. 유명 인사를 좇고, 그가 하는 말에 따라 자녀를 키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선별해서 취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 아이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인기 있는 전문가가 더 잘 알 거라는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자식 키우는 일에 “누가 누가 전문가”라는 건 있을 수 없다. 부모보다 자식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내 자식은 내가 가장 잘 키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처절한 경쟁사회, 학벌 중심의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면 괴롭디 괴로운 양육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는가.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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