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금지법' 안풀고 호출비 인상.."소비자 부담만 키운 꼼수"
서울 심야택시 하루 4천대 부족
배차 성공률 30% 미만 떨어져
택시요금 인상 적극 검토하다
물가 반영 안되는 호출비 올려
규제풀어 공급늘릴 방안은 외면
◆ 혼돈의 모빌리티 ② ◆
올해 1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심화된 심야 택시 대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울특별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오후 11시~오전 2시 시내 택시 필요 대수는 약 2만4000대이나 실제 운행대수는 약 2만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시간 동안 평균 부족 대수는 4099대로 계산됐다. 택시난이 절정인 자정은 수요가 2만5354대인 반면 공급은 2만798대로 부족 대수가 4556대에 달한다.
정부는 서울시와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광역시 기준 3300~3800원(2㎞ 운행)부터 시작하는 택시 기본요금과 주행·시간요금을 2~2.5배 올리는 탄력요금제를 택시난 해결책으로 검토했었다. 코로나19 이후 택시 기사 수입(월평균 200만원)의 2~2.5배 이상을 보장받는 대리기사와 배달 플랫폼으로 기사들이 대거 이탈한 만큼 이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법인·개인 택시 수는 24만9667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법인택시에서만 3만명이 넘는 기사가 이탈한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심야 시간대 택시 호출비 인상으로 선회한 것은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해결책이어서다. 요금 인상은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주지만 호출비는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 법인택시 회사에서 인상된 요금만큼 택시 기사들의 수입을 올려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정부는 카카오T·우버택시 등 택시 브랜드당 최대 3000원 수준인 호출비를 최대 9000원 수준으로 올리고, 인상된 호출비의 70% 이상을 택시 기사 수입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현재는 평균적으로 호출비의 50%만 택시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심야 시간 호출비가 1만원에 가깝게 오른다면 택시 기사 월평균 수입이 300만원 이상으로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소비자들 부담이다. 호출비 인상안이 확정되면 소비자들은 단순 계산해도 택시비 부담이 최대 6000원 늘어난다. 여기에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심야 할증료율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서울시를 따라 요금·할증료율을 잇달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별개로 전국 지자체와 협의해 택시 의무휴업제(부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이 실질적 공급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많다. 호출비·할증료율·요금 인상만으로 기사들이 택시의 2~3배 이상 수입을 올리면서 근무시간도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배달 플랫폼과 대리기사 시장에서 택시 시장으로 다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타다·우버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택시 면허 보호에 치중한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명 '타다 금지법' 등 모빌리티 규제 완화가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2020년 개정된 현행 여객자동차법은 타다와 우버,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카셰어링(차량 공유)과 라이드셰어링(승차 공유) 사업을 사실상 막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 업계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정부는 뒤늦게 타다 금지법을 재개정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다만 이는 택시 대란 해소와는 별개로 모빌리티 플랫폼 혁신안의 일부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는 플랫폼 규제를 완화해도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극적으로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배달비와 대리기사비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 전반의 고물가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모빌리티 플랫폼 진입 규제를 풀어 택시와 플랫폼 운송사업자 간 경쟁이 이뤄져도 소비자 부담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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