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 파기는 위법?
인수위, 행안부에 추천 명단 통보..행안부도 초청장 발송 후 보고
법규상 대통령기록물로 볼 여지 많아..대통령실 "아직 검토 중"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명단을 알려고 했지만 모른다"며 "저희도 팩트가 궁금해서 취임식준비위원회에 물어보니 개인정보라고 이미 다 파기를 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극우 유튜버들을 취임식에 초청했는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김 실장은 또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해 임의로 파기하는 건 위법"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오영환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까.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보좌·자문·경호 기관에서 생산·접수한 기록물과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해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관리하게 한다. 여기에는 대통령 당선인을 보좌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포함된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보좌·경호 기관에서 기록물의 생산 현황을 매년 통보받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소속 대통령기록관의 홈페이지(www.pa.go.kr)에서 과거 정부가 남긴 대통령 취임식 관련 기록물을 찾아봤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인 노태우 정부부터 최근까지 올라온 기록물 가운데 '취임식' '대통령' '명단' 등 3개 키워드가 공통으로 포함된 문서를 검색했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 3건, 김대중 정부 8건, 노무현 정부 16건, 이명박 정부 10건, 박근혜 정부 11건 등 총 48건의 해당 소장기록물 목록을 찾을 수 있었다.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제16대 대통령취임식 초청대상자 명단 제출'(생산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생산일자 2003년 1월27일), '17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대상자 명단 제출'(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08년 1월17일), '대통령 취임식 초청대상자 명단'(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13년 1월27일) 등 자료명과 생산기관, 생산일자만 봐도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 관련 자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비춰보면 과거 정부는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했음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 취임식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에서 초청 대상자 4만1천여명을 선별하고 행안부에서 초청장을 발송했다.
행안부는 최근 오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초청 대상은 각계대표, 외빈 등 기관 초청(5천여명), 정당 및 주요인사(1만7천여명), 일반국민(1만9천여명)인데, 초청대상자는 취임준비위에서 추천한 명단을 제출받아 행안부 취임행사 실무추진단에서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초청 명단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취임식 종료 직후 파기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관련 자료를 모두 파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청장 만들 때 대상자 정보는 일반 메일로 온 게 있고 공문서로도 받은 게 있는데 개인적으로 보내온 것만 파기했다"며 "공문서로 받은 것은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이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청장 발송 후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했으나 당시 행안부에서 만든 관련 자료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일반 공공기관에서 생산·접수하는 공공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이 적용되는데 폐기 시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행안부가 자체 생산한 자료를 공공기록물로 처리하는 것과는 별개로 해당 자료가 대통령직인수위로 넘어갔다면 대통령기록물로 취급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직접 만든(생산) 자료뿐만 아니라 타 기관에서 받은(접수) 자료까지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면 윤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은 법규상으로만 봐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할 여지가 많다. 초청장 발송 전 행안부에 통보된 취임준비위(대통령직인수위)의 추천 명단이 있는 데다 행안부가 초청장 발송 후 취임준비위에 보고한 자료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은 폐기 시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되 폐기가 결정된 기록물 목록을 관보나 홈페이지에 고시하게 규정돼 있다. 이를 지키지 않고 무단 폐기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한편 대통령실은 취임식 초청 명단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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