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박쥐 떼로 뛰어든 매…그 눈엔 ‘멈춘 한 놈’이 보인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큰 떼를 지어 이동하는 동물은 포식자에게 만만한 먹잇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멕시코꼬리박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보면 맹금류가 무리 안에 들어가 사냥하든 밖에서 사냥하든 성공 확률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은 밝혔다.
브라이턴 박사는 "지상에 서서 보면 박쥐 떼의 개체는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사냥하는 매처럼 움직이는 관찰자가 보면 다르다"며 "배경에 움직이는 박쥐와 달리 충돌 궤적에 놓인 박쥐는 매의 눈에는 한 방향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론 변화무쌍한 움직임, 무리 전체는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
특정 지점 정해 돌진… 충돌 궤적서 만난 박쥐는 멈춘 것처럼 보여
새, 물고기 등 다른 무리 동물도 비슷할 듯…드론, 무인 차 응용 가능
큰 떼를 지어 이동하는 동물은 포식자에게 만만한 먹잇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들이닥쳐도 손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사냥 성공률은 높지 않다.
수십만 마리의 박쥐 떼를 사냥하는 맹금류를 촬영해 구한 3차원 비행 궤적을 상세히 분석했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매는 개별 박쥐가 아니라 전체 박쥐 떼의 한 지점을 정해놓고 돌진했다.
캐롤라인 브라이턴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미국 뉴멕시코주 치와와 사막의 동굴에 서식하는 멕시코꼬리박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 박쥐는 낮 동안 동굴에서 쉬다 황혼 무렵 70만∼90만 마리가 일제히 동굴을 빠져나와 먹이터로 향하는데 이때 황무지말똥가리나 매 등이 박쥐를 사냥한다. 멕시코꼬리박쥐는 수평 비행속도가 시속 160㎞에 이르는 데다 수천 마리가 눈앞에서 제각각 비행하기 때문에 맹금류가 어떻게 사냥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연구자들은 박쥐든 새든 물고기든 간에 큰 집단을 이루면 포식자 공격을 막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를 ‘혼란 효과’라고 불렀다. 수많은 잠재적 표적이 눈앞에 나타나 저마다 움직이면 한 마리에 집중해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포식자의 눈길을 끌더라도 큰 무리를 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멕시코꼬리박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보면 맹금류가 무리 안에 들어가 사냥하든 밖에서 사냥하든 성공 확률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은 밝혔다. 그렇다면 매는 어떻게 혼돈 상태인 무리 속에서 혼란을 겪지 않는 걸까.
연구자들은 21일 동안 3대의 고해상도 비디오카메라로 사냥 모습을 촬영해 말똥가리와 박쥐의 비행 궤적을 3차원으로 구축한 뒤 컴퓨터 모델링으로 만든 궤적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말똥가리는 특정 박쥐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게 아니라 박쥐 무리 전체의 특정한 지점을 향해 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맹금류는 양궁 선수가 화살의 궤적을 예상하고 활을 쏘듯이 먹이 동물이 어디로 갈지 예상하고 비행한다. 그러나 중간에 먹이가 방향을 바꾸면 마치 열추적 미사일처럼 수시로 방향을 틀며 접근한다. 홀로 나는 새를 사냥하는 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박쥐를 사냥하는 말똥가리는 열추적 미사일보다는 양궁 선수에 가까웠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비행하는 맹금류의 눈에는 박쥐가 지상에서 사람이 보는 것과 달리 보인다고 밝혔다.
브라이턴 박사는 “지상에 서서 보면 박쥐 떼의 개체는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사냥하는 매처럼 움직이는 관찰자가 보면 다르다”며 “배경에 움직이는 박쥐와 달리 충돌 궤적에 놓인 박쥐는 매의 눈에는 한 방향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무리의 개별 박쥐는 변화무쌍하게 움직이지만 무리 전체는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맹금류는 “무리의 한 지점을 향해 날아가다 비행경로에서 맞닥뜨리는 박쥐가 나타나면 발톱을 내밀어 움켜쥔다”고 논문은 적었다.
실제로 말똥가리는 박쥐 무리 속에서 혼란을 겪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말똥가리가 큰 무리 공격을 선호하는 이유도 비행경로에서 박쥐와 맞닥뜨릴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 결과에 비추어 무리를 짓는 새와 물고기 등을 사냥하는 다른 포식자도 비슷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이 대학 그레이엄 테일러 교수는 “무리 행동이 돌진하는 포식자의 눈에는 우리가 보는 것처럼 그리 혼란스럽지 않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무리 동물뿐 아니라 드론과 자율주행 차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2-3235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밥 먹었엉” 문자 보냈잖니…엄마는 그 골목에 누워봤다
- 성탄절·석탄일 대체휴일 검토…주말과 겹치면 월요일 쉬나
- ‘프락치’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 치안정감 승진
- 중장년 절반 이상, 무주택도 서러운데…빚은 소득보다 빨리 늘어
- 혹시 우리집도? 40만이 당한 ‘아파트 월패드 해킹범’ 잡고 보니
- ‘빈곤의 통로’ 길어지는데…프랑스 ‘은퇴는 65살부터’ 강행 왜?
- 같은 16강인데…일본은 9위, 한국은 16위 왜? [아하 월드컵]
- 신진서 “AI 연구로 끝없이 성장 가능…기풍 사라져가 아쉽다”
- 너무 깨끗해서 걸리는 병, 더럽지만 안전한 자극이 약이다
- 노소영, ‘최태원 주식 종잣돈 2억8천만원’ 강조하는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