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인플레법에 뒷북대응, 피해는 기업이..'中 리스크'도 시험대

2022. 8. 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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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우리 정부가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담과 피해가 고스란히 업계 몫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도 IRA에서 현대·기아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으로부터 제외된 것을 두고 정부의 외교 실패라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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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속수무책.."경제안보비서관까지 신설하고 구멍 뚫려"
'경제안보' 강조해온 尹대통령 "예상하고 전적 대응했어야"
뒤늦은 우려 표명·WTO 제소 검토..'韓만 예외' 어려울 듯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우리 정부가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담과 피해가 고스란히 업계 몫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반도체 등 관련 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민관 합동으로 미 정부·의회와의 협의를 추진하고, 유럽연합(EU)와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나섰지만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도 IRA에서 현대·기아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으로부터 제외된 것을 두고 정부의 외교 실패라는 목소리가 크다.

25일 한미 사정에 밝은 한 외교통상 전문가는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까지 신설해놓고 외교·통상 정보력에 그대로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것으로 미국에서 최종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 차종이 모두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이 조치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역대 최단기간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외교 성과로 내세웠던 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외교가 일각에선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한국의 미국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1위로 집계됐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쇼어링이니셔티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리쇼어링과 FDI로 창출된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수는 3만5403개(기업 수 34곳)로 전체 1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한 55억달러 외에 2025년까지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IRA 발효로 당장 현대·기아 전기차가 타격을 받게 될 때까지 정부의 대응은 기업의 ‘선물 보따리’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한미 글로벌 전략 동맹으로 ‘경제안보’를 강조해왔던 만큼 정부가 “예상을 하고 전적으로 대응을 해야 했고, 예상을 못 했다면 그것도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IRA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WTO 규범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2일 WTO 제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사후약방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된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이 있는 만큼 한국만 예외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IRA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돌이키기는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2일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논의해 나간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외교부가 설명하는 게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입법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당장 타격을 입게 된 정의선 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급히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내달 8~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첫 장관급 대면 회의를 개최한다. 9월 초에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미국 한국 일본 대만) 예비회의에도 한국이 참석하면서 ‘중국 리스크’ 관리까지 경제안보 분야가 총체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전직 관료 출신의 안보 전문가는 “미국에 허를 찔리고 중국에 뒤통수를 맞고 일본에 냉대당하는 현 상황에 대해 4강계 외교가 총체적으로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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