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제네바 협약에서 민방위복을 노란색으로 정해놨다?
국제민방위기구도 깃발과 표지장만 제시하고 대표색은 별도로 없어
독일 등 외국도 남색 등 다양한 색깔의 민방위복 채택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정부가 17년 만에 기존 노란색 민방위복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민방위복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노란색으로 정해진 것" "민방위복이 노란색인 것은 눈에 잘 띈다는 특징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네바 협약에 따른 세계 공통이기 때문" 등의 글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수년 전 민방위복에 관한 내용을 다룬 일부 언론 보도에도 "비군사적 활동을 전제로 공격이나 보복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민방위복은 노란색(라임색)으로 정했다"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 사회에서 별도로 민방위복의 색깔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없다.
제네바 협약 제1의정서에 민방위 정의…식별 표지는 '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
먼저 민방위복 색깔 논쟁으로 언급된 제네바 협약부터 살펴봤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행정안전부, 법제처,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분쟁 현장의 안전판'으로 불리는 현행 제네바 협약은 1949년 8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외교관회의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을 말한다. 모체는 국제적십자사를 창설한 앙리 뒤낭의 제안으로 체결된 1864년 협약이다.
현행 제네바 협약은 전쟁희생자 보호에 관한 것으로, 총 4개의 협약으로 구성돼 있다.
제네바 협약에 민방위 개념이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1977년 6월 8일 추가로 채택된 제1의정서('1949년 8월 12일자 제네바 제협약에 대한 추가 및 국제적 무력충돌의 희생자보호에 관한 의정서')에서다.
제1의정서는 전문과 본문 6편, 1부속서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다자조약 778호에 의해 1982년 7월 15일 발효돼 법적 효력을 갖는다.
제1의정서를 보면 제4편 1장 6절에서 민방위를 '적대행위 또는 재해의 위험에 대해 주민을 보호하고 주민이 그것의 직접적 영향으로부터 복구할 수 있게 하고 주민의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부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임무의 일부 또는 전부의 수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각 충돌 당사국이 자국의 민방위 단체와 요원 등이 임무 수행 기간 식별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민방위의 신분 증명과 식별 표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중 민방위의 국제적 식별 표지는 민방위 단체와 요원, 건물·자재의 보호, 민간인 대피소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 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으로 한다고 돼 있다.
1부속서 5장 15조에서는 국제 민방위 표장은 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으로 하고, 만일 청색 삼각형이 기치, 완장 또는 근무복에 표시되는 경우에는 그 바탕을 오렌지색의 기치, 완장 또는 근무복으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제적 식별 표장은 가급적 여러 방향과 원거리에서 볼 수 있도록 표시하고, 민방위 요원은 가능한 한 국제적 식별 표장이 부착된 모자와 피복을 착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다만 일부 언론 보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것과 달리 민방위복의 색상에 대한 별도 규정이나 권고 사항은 없다.
국제민방위기구도 별도 대표색 없어
각국의 민방위 조직 교류 협력과 민방위대 설계자문 등의 활동을 하는 국제민방위기구(ICDO)도 마찬가지다.
현재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ICDO는 현재 60개국이 정회원국으로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7년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1931년 조르주 생 폴이 설립한 '제네바 지대'가 모체로, 1972년부터 정부 간 국제기구의 성격을 띠게 됐다.
ICDO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제네바 협약상 국제적 식별 표장(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을 토대로 한 깃발과 표지장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ICDO는 1988년 6월 제20차 집행위원회 안건에서 총회에 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을 민방위 표시로 인식·채택하기를 추천했다.
ICDO의 상징은 애초에는 민간인의 안전을 상징하는 2개의 빨간색 막대였으나 이후 비정부기구로 전환하며 지구본을 추가했고, 1977년부터 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정삼각형을 사용하다 1998년 13차 총회부터 현재의 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ICDO 역시 대표색을 따로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민방위복 색상에 대한 규정 역시 없다.
박정주 행정안전부 민방위과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상에 민방위 기본색이 노란색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어 ICDO에 직접 질의했으나 공식적으로 민방위 대표색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외도 남색 등 다양한 색의 민방위복 채택
실제로 해외에서도 다양한 색깔의 민방위복을 채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민방위복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스위스와 독일 등 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국가 중 독일과 아일랜드, 대만, 싱가포르는 민방위복 기본색으로 청색 계열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은 흰색 블라우스와 군청색 재킷, 검정 바지(치마)가 기본 복장이고, 보호복과 작업복, 일상복, 특수보호복, 요리복 등 임무별 복장을 제공한다.
이스라엘과 스위스는 올리브 그린색, 인도는 노란색, 나이지리아는 흰색이 기본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각종 비상 상황이나 재난 현장에서 입는 민방위복을 현재의 노란색 복장으로 제작해왔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별표3)을 보면 민방위복 색은 라임색으로 명시돼 있다.
앞서 1975년 민방위를 창설한 후 30년간 민방위복은 국방색(카키색)이었으나 민방위대 창설 30주년을 맞은 2005년 노란색으로 변경했다. 이번에는 정부의 국민 보호라는 민방위의 상징성을 고려한 색상·디자인을 반영해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표지장(마크)도 국제 민방위 마크를 사용하되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로고로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민방위 마크는 흰색 바탕의 황색 테두리 안에 황색, 청색, 녹색의 3개 삼각형으로 이뤄졌으며, 각각의 삼각형은 경계·공습·해제경보 신호를 의미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스위스와 아일랜드는 국제 민방위 표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이스라엘과 인도, 싱가포르는 이를 토대로 일부 변경한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독일과 대만, 나이지리아는 별도 마크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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