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유무역 질서 해친다"..민관, 전방위 압박 본격화

강신우 2022. 8.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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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인플레이션감축법 대응 돌입
선'양자협의' 후'분쟁조정절차' 원칙
광물요건서 유리한 방향 이끌지 주목
통상당국, 다음 주부터 줄줄이 미국行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배터리업계와 함께 대미(對美) 압박에 나선다.

우선 통상당국이 미국 측에 우려를 표하고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협의하고 합의가 안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분쟁조정절차를 밟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다만 이미 IRA법 내 ‘북미 최종조립 요건’이 발효되면서 미국에 수출 중인 전기차는 피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내년 시행되는 ‘광물요건’은 아직 미국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전날 세종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정 차관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세액공제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내용을 담고 있고 국내뿐만 아니라 EU, 일본 등 여러나라의 전기차업체에 차별적 요소로 판단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전기차구매 세액공제 지원기준을 보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7만원)의 세액공제를 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3가지 요건이다. 먼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을 기본 전제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광물 조달비율을 충족하면 3750달러를 지급하고 여기에 △북미 생산 배터리 부품 조달비율을 충족하면 추가로 3750달러을 지원한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분히 정치적인 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중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이미 발효된 상황이어서 올해부터 미국에 수출 중인 전기차를 중심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독일, 스웨덴 등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우리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 등이 영향권에 들어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기준 한국이 3만2000대이고 일본과 독일, 스웨덴은 각각 6만3000대, 5만대, 2만3000대다. 이들 수입차는 세액공제를 받는 미국 내 차량보다 보조금이 최대 약 1000만원 가량 차이가 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 주요 내용.(자료=산업통상자원부)
우리 정부는 외국 기업을 차별 대우하는 미국의 IRA법안이 공정한 무역을 지향하는 FTA와 WTO 협정 등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적으로 이의제기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 차관보는 “이번 인플레감축법이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자유무역 질서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제 규범을 가장 잘 지켜야할 미국이 질서를 어겨서야 되겠느냐는 점을 강하게 이의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최종 조립요건’이 즉시 시행된 것이 문제인데 미국이 목적성을 갖고 초강수를 둔 것이어서 당장 법 개정이나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미 재무부가 시행령으로 하는 ‘광물요건’은 현대차그룹이 협의에 나섰고 정부도 우리기업에 대한 혜택은 최대화하고 비용은 줄일 방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현행안대로 IRA법이 시행되면 북미산 차종의 경우에도 우리 전기차 기업이 광물요건(내년 40%, 2024년 50%)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역시 현재 주요 광물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상황이어서 단기간에 미국산 등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정 차관보는 분쟁조정절차 돌입과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분쟁조정절차를) 검토하기 전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는 (대화로) 협의를 먼저하고 협의가 진행이 안되면 분쟁조정절차로 가야 한다”며 “우리나라와 미국간 FTA가 발효된 지 10년이 됐는데 분쟁은 대부분 양자협의로 해결됐다. 이 문제도 양자협의로 해결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업계 간담회를 열어 기업과 대응책을 논의한다. 이후 다음 주 초 실장급 이상 통상 간부를 보내 미국의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다음 달 초에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의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우려를 미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자동차협회도 유럽자동차협회와 공동으로 다음 달 초 IRA법 시행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 차관보는 “기업과 공동으로 미국에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산업부 장관도 여러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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